지난 7월 서울 중구 한 택시가 국립중앙의료원 외벽에 돌진해 3명이 다쳤다. 70대 운전기사는 급발진을 주장했다. 뉴스1
교통사고가 난 이후 "차량이 급발진했다"고 주장하는 운전자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10월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급발진 감정 건수가 114건에 달해 이미 지난해 105건을 앞지른 것이다.
국과수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시청역 앞 '역주행 사건' 이후 급발진 주장이 더 늘었다고 한다. 사고를 낸 운전자가 별다른 근거 없이도 급발진 주장을 고수하면 일선 경찰서는 국과수에 감정을 맡길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를 보면, 올해 1~10월 국과수가 감정한 급발진 주장 사고는 114건. 2020년 45건, 2021년 51건, 2022년 67건, 지난해 105건 등 매년 증가세다.
페달 오조작 여부를 입증하는 '페달 블랙박스'를 설치하는 차량도 많아지고 있다. 뉴스1
그러나 5년 동안 국과수가 감정한 382건 중 급발진이 인정된 사고는 0건이었다. 급발진이 아닌 운전자 과실이었다는 얘기다. 가속 페달을 잘못 밟은 경우가 85.6%였고, 나머지는 차량이 크게 파손돼 감정이 어렵거나 페달 오조작을 입증할 사고기록장치(EDR)가 없는 사례였다.
가속 페달을 잘못 밟은 운전자는 60대가 148명, 약 45%를 차지했다. 이어 70대 27%, 50대 18.0% 순으로 상대적으로 고령 운전자에 집중됐다. 국과수 관계자는 "급발진 확률은 길을 걷다 벼락을 맞을 확률보다 더 낮다"고 말했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