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가입 꺼내 든 젤렌스키
당초 러시아에 뺏겼던 영토 전체를 탈환해야 한다던 젤렌스키가 입장을 선회한 건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휴전 협상이 임박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가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안을 테이블에 올려 협상의 시작점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휴전 협상 개시 전 최대한 영토를 확보해두려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혈전도 격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우크라이나가 지난 8월 기습 공격해 일부 장악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이다.
홍완석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젤렌스키가 지난 8월 쿠르스크에 전격 진입한 것 또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시 정전 협상 국면을 염두에 두고 도박을 한 것"이라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연루를 더욱 촉구하기 위한 노림수였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끌어당기는 김정은·푸틴
벌써 내년 5월 일정을 논의하는 건 트럼프 귀환에 앞서 푸틴과 김정은 모두 대미 협상력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길은 상호 결속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트럼프는 궁극적으로 푸틴과 김정은 사이를 벌리기 위해 각각 협상력을 투사해 동시 제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협상과 북·미 대화를 동시에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 과정에서 양자 대화를 통해 북·러 동맹을 흔들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며 "북·러는 이를 견제하기 위한 방안을 이번 벨로우소프 장관 방북에서 논의했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북·러 밀착 과정에서 북한군이 전쟁에 발을 담그는 수위가 높아지자 우크라이나는 정보전 공세도 강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 유로마이단프레스는 지난달 30일 "하르키우 전선에서 북한산 대전차무기 불새-4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1일 교도통신 인터뷰에서 "러시아 서부로 파병된 북한군이 전투 중 사망하거나 부상 당했다"며 "최전선에 더 많은 북한군이 투입돼 러시아군의 총알받이로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국' 된 韓, 실리 챙기기 부심
미 경제 매체 포브스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인터넷판 기사에서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회의 산하 '거짓정보 대응센터'의 센터장인 안드리 코발렌코를 인용해 북한이 러시아에 최신형 240㎜ 다연장로켓포(방사포)를 포함한 주력 포격시스템 100대를 제공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국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대통령 특사단의 방한 이후 무기 지원 요청 리스트를 받아든 가운데 지원 수위를 적절히 조정하는 게 관건이다. 전쟁이 멎은 후 재건 사업에서 한국이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점 또한 쉽지 않은 과제다. 무엇보다 당장 한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으로 돌아올 수 있는 북한군의 실전 경험 체득, 러시아의 군사 기술 지원 등 반대급부 제공을 최소화하기 위한 실효적 대책 마련이 관건이란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