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연봉 4000만원 이하 男 가입 불가"…논란의 KBS 예능 결국

MBC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 중 문제가 된 화면. 사진 MBC 캡처

MBC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 중 문제가 된 화면. 사진 MBC 캡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키 167㎝ 이하, 연봉 4000만원 이하, 탈모’ 등을 남성회원 가입 불가 기준으로 제시한 결혼정보업체를 소개한 KBS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법정제재인 ‘주의’를 의결했다.

방심위는 2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관계자 의견진술을 들은 뒤 이같이 결정했다. 

해당 프로그램의 지난해 7월 2일 방송분은 결혼정보회사 대표가 직원들의 외모를 평가하고 남성 회원의 신규 가입 조건을 소개하면서 특정 코미디언과 탈모 질환을 앓는 남성들을 희화화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방송에서 대표는 살이 찐 사람을 향해 “북쪽 위원장 닮은 꼴”, 탈모가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머릿밑이 너무 훤해”라고 조롱하듯 말했다. 이외에도 “키 167㎝ 이하 불가”, “연봉 4000만원 이하는 가입 불가” 등의 발언과 자막이 노출됐다.

이와 관련 KBS 측은 “사장님이 잘못한 점을 부하직원의 입을 통해 듣고 반성하자는 게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라며 “앞으로 제작할 때 유념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수 위원은 “특정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남성에 대해 열등한 사람인 것처럼 묘사한 부분은 희화화한 게 맞다”고 지적했다. 강경필 위원도 “의도는 알겠는데 표현 과정이 부적절했다”면서 “방송 전에 걸러내지 못하고 그냥 방송한 것 자체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KBS는 공영방송이고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국민의 방송”이라면서 “그럼에도 대머리는 안 된다는 탈모에 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고, 자막으로 키도 1㎝ 단위까지 명시해 신체적 차이에 편견을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자문특위에서도 6명은 심의규정 위반, 3명은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이에 방심위원 전원 의견 일치로 주의가 결정됐다.

방심위 결정은 ‘문제없음’, 행정지도 단계인 ‘의견제시’와 ‘권고’, 법정 제재인 ‘주의’, ‘경고’,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 및 관계자 징계’, ‘과징금’ 등으로 구분된다. 법정 제재부터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시 감점 사유다.

방심위는 또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하면서 조사 기관 및 조사 일시, 전체 질문지 등 필수 고지사항을 누락한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들에 대해 잇따라 법정 제재를 의결했다.

방심위는 지난해 7월 해당 항목들의 고지에 신경 써달라는 공문을 발송한 후에도 같은 누락이 반복된 MBC 표준FM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대해 ‘주의’를 의결했다.

류 위원장은 “몇 차례나 강조했고 경고가 계속 있었는데도 재발해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방심위는 최근 수어 희화화 논란이 제기된 MBC TV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에 대해 신속심의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달 22일 해당 드라마 1화에서는 수어 통역사인 여주인공이 산사태 뉴스를 전달하던 중 ‘산’(山) 수어가 반복적으로 송출되는 사고가 벌어졌는데 극중 앵커가 이를 손가락 욕으로 묘사하며 웃어보이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이를 두고 농인들과 수어를 희화화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제작진은 지난달 29일 시청자 게시판에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사과했다.

류 위원장은 “시청각 장애인에게 수화는 의사 표현과 같은 건데 이걸 희화화하고 비속적 표현을 한 데 대해 관련 단체에서 항의 성명을 발표하니 결국 MBC가 사과문을 올렸다”며 신속심의 배경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