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모두 다르게 배웁니다"…장애 아이 엄마가 만든 'AI교과서'

 
“연속해서 실패하거나 재미없는 게임을 만나면 잘못 만들어진 제품이라면서 제작자를 욕하고 끝내면 된다. 그러나 어른들이 아이에게 교육용 게임을 시킬 때는 (중략) 아이가 하지 못하면 쉽게 ‘너 못하는구나’라고 말했다.”

 

이수인 에누마 대표.

이수인 에누마 대표.

YBM출판사와 함께 초등 수학·영어 AI디지털교과서(AIDT)를 개발한 이수인 에누마코리아 대표(48)가 쓴 책 ‘우리는 모두 다르게 배웁니다’(어크로스)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게임기획자로 일하던 이 대표가 자폐를 가진 첫째 아이의 출생을 계기로 교육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설명한 부분이다.  

에누마코리아 관계자는 2일 “공교육의 목표는 모든 아이를 잘 가르치는 것인데 실상은 학생의 질병, 가정환경, 언어 장벽 등으로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가 만든 AI디지털교과서(AIDT)는 학생들의 자막, 글자 확대 등의 기능으로 학생의 접근성을 높이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의 흥미를 유발하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검정을 통과한 76종의 AIDT 발행 과정에는 기술적 구현을 위해 에누마코리아 등 신생 에듀테크 기업도 다수 참여했다. 이들은 각자의 독특한 계기로 교과서 개발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 


영재학교 출신 엄은상 대표 “코딩 진입장벽 낮출 것”

엄은상 팀모노리스 대표.

엄은상 팀모노리스 대표.

 
한국과학영재학교, 고려대를 졸업한 MZ세대 엄은상 팀모노리스 대표(28)는 “일반고에서 이뤄지는 정보 교육에 아쉬움이 많아 직접 수업의 툴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팀모노리스는 금성출판사와 함께 고등학교 정보 AIDT를 제작했다.  

엄 대표는 “대학교 시절 진로교육을 통해 만난 일반고 학생과 대화를 나누다보니 정작 전산과, 컴퓨터공학과 등을 지망하는 학생들이 프로그래밍을 제대로 할 줄 모르더라”며 “알고보니 학교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점에 착안해 학교 교사들이 코딩 등을 손쉽게 가르칠 수 있는 ‘툴’(Tool·도구)을 만들자고 중학교, 고등학교 동기 4명과 뜻을 모았다. 엄 대표가 25살인 2021년의 일이었다. 그렇게 ‘코들’이라는 수업용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했다. 이후 전국에서 유명하다는 정보 교사들을 찾아다니며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한 게 입소문을 탔다. 코들의 실시간 채점 기능 등은 AIDT에도 비슷하게 구현됐다.

그는 “많은 학생들이 코딩 시작 단계부터 포기를 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명령어가 죄다 영어라는 점”이라며 “설명이나 오류 교정 등이 한글로 이뤄지는 AIDT를 통해 일반 학생들도 프로그래밍을 학습하는 진입장벽이 많이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엘리스 대표 “AI튜터에도 교육철학 얹어야”

엘리스 김재원 대표. 중앙포토

엘리스 김재원 대표. 중앙포토

 
비상교육, 미래엔과 함께 중학교 정보 교과서를 만든 엘리스의 김재원 대표(38)도 KAIST 대학원 출신의 공학도다. 그는 “AI가 없던 시절에는 대부분 수업이 비효율적으로 진행됐다. KAIST조차도 2015년에는 코딩을 책으로 가르쳤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AI디지털교과서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AI튜터가 완벽할 순 없으며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동기 부여 등의 교육은 사람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어 교과서를 예로 들며 “교과서엔 학생들이 문장을 읽어 녹음하고 발음이나 억양을 AI가 교정하는 기능이 있지만 초등학생에겐 완벽하게 적용하는 것이 오히려 좋지 않다. 정확한 교정보다는 칭찬이 필요하다는 것을 AI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