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뮤지컬 '영웅'의 안중근 의사, '레미제라블'의 장발장 등 무거운 역할을 많이 맡았다. 이번 작품에 참여하며 부담은 없었나.
'영웅'을 하고 있을 때 '스윙데이즈' 제안을 받았다. 너무 비슷하지 않을까, 이미지가 고정되지 않을까 고민하던 중 대본을 받았는데, 생각했던 것과 다르더라. 관객들도 반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
작품의 어떤 부분에 끌렸나.
독립운동 이야기라고 하면 어둡고 무거운 느낌인데, '스윙데이즈'는 위트가 있다. 그 시대 경성의 감성과 낭만도 잘 살렸다.
위인을 연기하는 게 어렵진 않나.
실존 인물을 표현하는 것은 늘 부담스럽다. 어떤 영웅적인 인물이라도 인간적 고뇌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걸 표현해서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고 싶었다. 아마 모든 배우가 그럴 거다. 그 과정에서 누를 끼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긴 하지만, 그건 배우가 감수해야 할 몫이다.
유일한 박사를 어떻게 해석했나.
한 마디로 모든 걸 가졌던 사람이다. 미국에서 사업으로 크게 성공했기 때문에 한국에 살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사업으로 번 돈을 독립 자금으로 쓰고 스스로 첩보국에 들어가며 가족과도 헤어졌다. 대본을 볼 때마다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어떤 그릇을 가진 사람이길래 이런 결단을 내릴 수 있었을까 생각하는 날도 있다. 여전히 그 마음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민우혁이 꼽는 명장면은.
2막 중반에 아내 메리와 이별하는 장면이 있다. 메리는 유일한이 어떤 일을 하는지, 왜 조선에 가야 하는지 알고 있다. 조선으로 떠나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도 쿨하게 보내준다. 그때 죽지 말고 내가 있는 일상으로 돌아오라며 둘이 듀엣곡을 부른다. 그 노래를 부를 때마다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잔잔한 넘버가 많아 신선했다.
클라이맥스에서 폭발적인 가창력을 뽐내면서 고음으로 강렬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뮤지컬의 성공 공식이 돼 버렸는데, 이 작품은 비교적 잔잔하다. 배우들끼리 "김동률 노래 같다"고 농담했을 정도다. 그런데 잔잔하게 부르다 보니 가사가 더 또렷이 들린다. 이런 부분을 신선하게 봐주시는 분들이 있더라.
드라마 '닥터 차정숙'(2023, JTBC)으로 이름을 알린 후에도 뮤지컬을 꾸준히 했다. TV보다 무대가 더 잘 맞나.
무대 위에 있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물론 매체 연기에서도 좋은 경험을 많이 했다. 하지만 '내가 살아 있구나' 느끼는 순간은 무대 위에 있더라. 무대는 라이브고, 관객이 눈앞에 있으니까. 같은 작품이라도 매번 느낌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