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은 등록금 인상 이유(복수 응답)로 ‘교육·연구 환경의 유지·개선’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광열비(전기·수도요금 등)와 인건비 증가’, ‘설비 노후화 대응’ 등이 뒤를 이었다.
최근 일본 대학들은 디지털화에 따른 시설·시스템 확충,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영어교육, 유학 지원 등으로 인한 각종 비용 상승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또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우수 교원 확보를 위해 급여 인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대규모 사립대 80% ‘인상 절실’
무더기 정원 미달 사태도 재정 악화와 등록금 인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일본 사립학교 진흥·공제사업단에 따르면 올해 입학자 수가 입학 정원보다 적은 4년제 사립대는 354개교로 전체의 59.2%에 달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다.
20년간 등록금 동결된 국립대
같은 기간 사립대가 그나마 20% 정도 등록금을 올리는 상황에서도 국립대는 실질적으론 마이너스 등록금 정책을 고수해온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난 3월 열린 중앙교육심의회(문부과학상 자문기구) 관련 회의에선 “(표준액을) 현재의 약 3배인 150만 엔(약 1403만원)으로 인상해야 한다”(이토 고헤이 게이오대 총장)는 지적까지 나왔다. 또 일본사립대학연맹도 지난 8월 발표한 건의문에서 국립대의 등록금 상한제 폐지를 주장했다. 등록금을 올려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다.
하지만 일본의 국고 사정상 앞으로 이런 교부금도 점차 줄어들 전망이어서 국립대들도 등록금 인상 시동을 걸고 있다. 일례로 도쿄대는 현재 53만5800엔인 연간 등록금을 내년에 64만2960엔(약 601만원)으로 올리기로 지난 9월 확정했다.
국립대 특성상 등록금 인상은 사회적인 반발 등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 닛케이 조사에서도 국립대 77개교 중 14개교(18%)만 ‘등록금 인상’ 의견을 밝혔다. 또 등록금의 기준점인 표준액을 ‘유지해야 한다’(31%)는 응답과 ‘개선해야 한다’(34%)는 응답도 팽팽히 맞섰다.
일부 국립대는 등록금을 올리면서 동시에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혜택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이런 부담을 해소하려 하고 있다. 앞서 도쿄대는 등록금 면제 대상을 가구소득 연 400만 엔(약 3740만원) 이하에서 600만 엔(약 5610만원) 이하로 넓히겠다고 밝혔다.
세계 순위 100위권에 2개대뿐
이와 관련, 닛케이는 “서구의 유력 대학들과 비교해 자금력에서 밀리는 것도 한 원인”이라며 “등록금을 비롯해 자체적으로 수입을 어떻게 늘릴지가 당면 과제”라고 짚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수도권 대학 교무처장은 “대학원 등록금 인상으로 그나마 일부를 보전해왔는데, 대학원 입학생이 씨가 마르면서 그마저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외국 학생도 서울의 명문대를 선호하다 보니 재정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난달 26일 국가교육위원회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대학 경쟁력 약화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 대학의 열악한 재정, 교육부의 과도한 통제, 혁신 없이 안주하는 대학”이라며 “이 원인을 해결하려면 일단 대학 등록금 자율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