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국민의힘 비공개 의원총회 도중 한 중진 의원의 까랑까랑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당 지도부를 향한 의원들의 불만이 쏟아지는 가운데 터져 나온 고성으로, 이날 의원총회 분위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의총에 참석한 의원은 중앙일보 통화에서 “야당의 총공세를 마주한 당 지도부의 전략 부재를 꼬집는 의원들이 많았다”며 “누구도 ‘한동훈’이란 단어는 꺼내지 않았지만, 상당수 발언이 ‘한동훈 지도부’를 겨냥한 것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생산적인 논의는 여기까지였다. 중진들이 나서면서 의총 분위기가 바뀌었다. 연단에 선 대구ㆍ경북(TK) 지역의 한 중진은 “우리가 하나가 되지 못했기 때문에 탄핵을 당했고, 당이 힘들어졌던 것”이라며 “이후 탈당파들이 입당할 때 손뼉 치고 환영했다. 마음에 비수를 꽂고 나갔지만, 원팀이 돼야만 산다는 심정으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의 아픔을 모르는 초선이 주요 당직을 맡고 있는데, 그들의 말을 누가 귀담아듣겠느냐”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TK 중진은 “당 지도부가 안 보인다. 전략기획부총장이 누구냐. 조직부총장은 누구냐. 하나가 돼야 투쟁하지 따로따로 움직이면 어떡하느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부산ㆍ경남(PK) 초선 의원도 “당직자들이 내부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거들었다. 최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민전 최고위원과 충돌한 신지호ㆍ정성국 부총장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반대로 초ㆍ재선 중심 친한계는 토론 대신 침묵을 선택했다. 지난 10월 말 의원들의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 “의총을 열어 특별감찰관 임명에 대한 총의를 묻자”고 몰아붙이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그나마 친한계 재선 서범수 사무총장이 발언권을 얻어 “당 지도부가 더 잘하겠다”고 말한 게 유일한 답변이었다. 국회의원이 아닌 한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의총 분위기가 거칠어지자 “계파 종식 선언하자” “윤·한 갈등 종식하자”고 주장하며 중재를 시도한 건 오히려 친한계도 친윤계도 아닌 계파색이 옅은 초ㆍ재선 의원들이었다. 거야의 폭주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고스란히 드러난 건 ‘자중지란 여당’의 민낯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