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오후 11시47분쯤 헬기 여러 대가 굉음을 울리며 국회 앞 상공에 도착했다. 국회의원들이 속속 모이면서 오후 11시쯤부터 경찰차로 봉쇄됐던 국회 앞 정문엔 경찰과 취재진, 시민 수백 명이 뒤섞여 아수라장이 됐다. 시민들은 “나라 망하게 생겼다”, “국회를 여십시오”, “왜 길을 막냐”고 소리쳤고, 경찰은 문 앞을 굳게 막았다. 국회 안 본관 앞에서도 의원실 소속 직원 등 20~30명이 모여 출입증을 확인하며 출입을 관리했다.
경찰이 국회 진입을 막아서자, 오후 11시 53분쯤 시민 10여명이 국회정문 옆 벽을 타고 국회 안쪽으로 넘어갔다. 이후 5명은 넘어가다 경찰에 막혀 다시 되돌아갔다.
한밤중 내려진 계엄령 선포에 시민들은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오후 10시40분쯤 종로구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던 윤모(25)씨는 “비상계엄 선포 뉴스가 나와서 너무 놀라 자리를 파했다”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싶고 불안하다”고 했다. 홍모(25)씨는 “집에서 아버지와 TV를 보다가 소식을 접했다”며 “역사책에서만 보던 계엄 선포를 생전에 볼 줄은 몰랐고 무섭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김모(70)씨는 “계엄령을 내렸다는 게 믿어지지 않고 몇 십년 만에 이런 상황이 나라에서 재현된다는 게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담화 발언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도 있었다. 직장인 구모(24)씨는 ”종북·반국가세력 척결이라는 게 확인하기 어렵고 중대한 사항인데 밤중에 갑자기 이렇게 혼란을 가중시켜도 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대학생 정모(22)씨는 “국정을 마비시키고 의료·언론까지 모두 사실상 제 기능을 못하게 하려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담화를 통해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 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경찰 지휘부를 서대문구 경찰청사로 긴급 소집했다. 경찰 관계자는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령관의 지시를 받아 경찰이 사회 통제를 할 수 있다. 지시가 내려올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보좌관은 “지금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 채 국회로 가고 있다”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