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해제한 지 4시간여 만인 4일 오전 9시 시민·사회·노동계 단체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으로 한데 모여 ‘전 국민 비상행동’을 선포했다. 전날 한밤중 비상계엄 포고령 발표와 군(軍) 병력의 국회 출동을 목도한 시민 중에선 출근을 포기하고 광장에 나온 이들도 있었다.
‘윤석열 퇴진 전국민비상행동’은 이날 오전 2시쯤 ‘윤석열 불법 계엄 규탄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 주권 실현을 위한 전면적 저항운동 선포’라는 내용의 문자를 전송했다. 이들은 오전 9시쯤 광화문 광장에서 회견을 열고 “위헌적 계엄 규탄, 내란죄 윤석열 파면”이라고 주장했다. 주최 측 추산 600명이 회견에 참석했다.
회견에 참석한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이 상황은 황당무계한 코미디 수준”이라며 “우리 헌법은 내란, 외환(外患)죄에 대해선 대통령이 재직 중이어도 형사 소추 및 처벌할 수 있다. 국민들이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비상시국회의 김영주 목사는 “내란의 수괴는 즉각 물러나야 한다”며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어떠한 시도에도 단호히 맞서고 저항하겠다”고 했다. 김경민 한국기독교청년회(YMCA) 사무총장은 “윤석열 정부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한반도에서 전쟁 가능성을 끊임없이 촉발하는 것을 더는 지켜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군인권단체는 지난 2018년 논란이 된 옛 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의 계엄 문건을 따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계엄사령관은 합참의장이 맡아야 하는데, 육군 병력을 틀어쥐기 위해서 육군참모총장을 계엄 사령관에 앉히고 포고령을 선포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일반 시민들도 목소리를 냈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거주 최모(43)씨는 “아침에 계엄령 소식을 알고 너무 화가 나 광화문으로 나왔다”며 “평소 중도 성향인데, 윤 대통령은 해도 해도 너무한 것 같아 출근도 안 하고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인천 거주 신모(34)씨는 “2024년에 이게 무슨 일인지 황당하다”며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에 있을 자리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