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탄핵 찬성해" "식칼 받아"…與의원들에 4000개 문자폭탄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찬성하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 사진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민주노총 캡처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찬성하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 사진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민주노총 캡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오는 7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지는 가운데 여당이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탄핵에 찬성하라"는 문자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  

5일 소셜미디어 엑스(X) 등에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휴대전화 번호 목록이 공유되며 "탄핵 찬성 표결을 위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문자 행동을 하자"는 글들이 이어졌다.  

이들은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에게 탈당 요구도 못 하는 여당. 문자로 유권자의 힘을 보여주자", "회사에서 의원들한테 미친 듯이 문자 발송 중", "지역구 국민의힘 의원에게 장문의 항의 문자 보냄", "국민의힘에 역정 내느라 이번 달 문자 다 씀", "살다 살다 국회의원한테 문자를 다 보내보네" 등 후기를 남겼다.  

국민의힘 의원 이름을 누르면 해당 의원의 전화번호와 문구가 자동으로 입력돼 발송되는 매크로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개설한 링크에 접속하면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8명의 명단이 뜬다. 의원 이름을 누르면 "대한민국은 유례없는 역사적 순간을 마주했다. 의원님은 어떻게 하시겠느냐. 민심을 외면하고 윤석열과 함께 탄핵당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이라도 탄핵안에 찬성해 역사 앞에 당당해지겠느냐. 국민이 의원님의 선택을 지켜보고 있다"는 문구가 해당 의원에게 발송된다.


프로그램 이용자들은 "108명한테 다 보내는데 6분 걸렸다", "의원 번호들만 따고 문구는 알아서 바꿔서 보냄", "한 바퀴 다 돌렸다. 이런 사람들한테 표를 부탁해야 한다는 현실에 새삼 굴욕감을 느낀다", "비상계엄 해제 찬성한 의원들에게는 정중하게 써서 보냄" 등 글을 남겼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전민규 기자 / 20241205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전민규 기자 / 20241205

'문자 폭탄'을 받은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며칠 전화를 받지 못하더라도 양해 바란다"는 글과 함께 4000개가 넘는 문자메시지가 쏟아진 화면을 캡처해 게시했다.

이에 따르면 각기 다른 번호의 발신자들이 민주노총이 개설한 프로그램을 통해 신 의원에게 같은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신 의원은 "오늘 오전 10시 50분 현재 제 핸드폰 모습"이라며 (택시)미터기 요금이 올라가는 것처럼 쉴 새 없이 문자메시지가 수신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국민의힘 의원들도 비슷한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문자폭탄이 갑자기 날아드는데 개혁신당 소속 의원 전원은 이미 윤석열 탄핵안 발의에 동의하고 다 도장 찍었는데 도대체 누가 허위 사실로 선동했는지 한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튜브에서 누가 이상한 소리 떠든다고 그게 진실이 아니다"라며 "그런 허위정보에 낚여서 식칼 사진 보내고 육두문자 보내는 게 뭐냐"고 지적했다.  

개혁신당은 전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을 당론으로 정하고,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과 합동으로 윤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한 바 있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요건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다. 재적의원 300명 기준 200명의 찬성이 필요한 만큼, 현재 범야권 의석(192석)을 감안하면 전원 출석을 가정했을 때 국민의힘 의원들이 당론 투표할 경우 부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