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주리룬(朱立倫) 국민당 대표는 당 간부회의에서 “민진당이 한국의 계엄령에 동조하며 대만의 국회와 비교했다”며 “민진당이 계엄을 발동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주 대표는 “한국의 민주 및 모든 상황이 빨리 안정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하지만, 민진당이 이를 이용해 어떠한 정치적 이익도 얻어서는 안 된다”며 “앞으로 민주국가들은 국회의 투표 결과를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쿤지(傅崐萁) 국민당 정책위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어제는 윤석열, 내일은 민진당인가”라며 “증오와 대립의 발언을 퍼뜨리는 민진당 역시 극단적인 수단으로 두 야당을 제압하고 대만에 계엄을 선포하려 하는가”라며 여당을 공격했다.
앞서 민진당은 3일 밤 당의 공식 SNS 계정에 “한국 국회를 친북 세력이 장악한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긴급히 계엄령을 선포했다”고 적었다. 이어 “대만 입법원(의회)도 남색(국민당)·백색(민중당)이 각종 국방 예산을 삭감하고, 헌법을 어기며 의회 권한을 확대하고 있다”며 “세계적 수준의 어둠의 세력이 나라를 갉아먹는 데 맞서야 한다”고 했다.
한국의 정치 상황이 중국의 압박을 받는 대만의 상황과 비슷하니 계엄 선포가 타당하다는 주장을 펼친 셈이다. 하지만 해당 게시물은 한국의 계엄 발동을 지지하는 것처럼 해석돼 논란이 커졌다. 민진당 측은 부랴부랴 해당 글을 삭제했다.
이에 대해 4일 우쓰야오(吳思瑤) 민진당 입법원 의원모임 총간사는 “다른 나라의 내정을 논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사회적 오해와 과장, 심지어 대립과 공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삭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만은 38년간 계엄을 겪었기에 가장 계엄을 언급할 자격이 없는 대상은 국민당”이라며 역공세에 나섰다.
한국의 계엄령이 대만 여야의 정쟁 소재가 된 대만의 역사와 관련 있다. 대만은 지난 1949년 5월부터 1987년 7월까지 38년 56일 동안 계엄 상황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길었다고 기록된 이 계엄 기간 대만 시민은 언론 자유와 참정권 등을 박탈당했다.
4일 대만 의회에서도 계엄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의원들의 관련 질의에 장위룽(張裕榮) 입법원 부비서장은 “한국의 상황이 대만에서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대만 헌법 39조가 비록 총통에게 계엄 선포권을 부여하고 있지만, 반드시 입법원을 통하거나 추인을 받아야 한다”고 일축했다. 또 “계엄 혹 긴급명령을 발령해도 입법원을 해산할 수 없다고 같은 조문에서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화권 사설 “민주주의, 정치 양극화 해결 못 해”
중국 국수주의 성향의 환구시보는 5일 칼럼을 싣고 “위기를 맞아 여야 대표가 손잡고 ‘긴급계엄’ 해제를 요구한 결의를 통과시켰다”며 “만일 여야가 이번 정치적 혼란을 안정시키기 위한 ‘2차 연대’를 할 수 있다면, 격렬한 정치투쟁과 ‘내로남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이칭더 “잠재적 충격 미리 대비하라”
한편 5일 경유지인 미국령 괌에 도착한 라이 총통은 공항에서 루 레온 게레로 괌 주지사의 환영을 받았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이날 라이 총통과 게레로 주지사의 만남에서 하나의 중국 정책에 따라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미국이 이례적으로 미국 국가에 이어 대만 국가가 연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