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장관 "전공의 처단 포고령, 나도 놀랐다…계엄 동의 안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제11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제11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발표된 포고령에 ‘전공의 미복귀 시 처단’ 명령이 포함된 것에 대해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며 “기존 정부 방침과 배치되며,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해 말했다. 지난 3일 오후 국무회의에 참석해 “계엄 선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조 장관은 계엄령이 위법·위헌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판단을 유보했다.

이날 국회 복지위 전체회의는 앞서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한 민생법안들을 처리하기 위해 예정된 회의였으나, 계엄령 선포 관련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조 장관을 향해 쏟아졌다. 조 장관은 계엄 선포안 심의가 이뤄진 3일 밤 국무회의에 참석한 11명의 국무위원 중 한명이었다. 헌법과 계엄법 등에 따르면 계엄을 선포하고 해제하려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정족수인 11명을 간신히 채운 상태로 시작된 3일 국무회의에서 대다수 위원은 선포를 반대했지만, 대통령의 의지를 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국무위원의 3일 ‘계엄 심의 국무회의’ 참석 여부 그래픽 이미지.

각 국무위원의 3일 ‘계엄 심의 국무회의’ 참석 여부 그래픽 이미지.

 
조 장관은 계엄 심의 국무회의에 참석한 경위에 대해 “9시 14분경 대통령실로부터 ‘용산 회의실로 빨리 오라’는 연락을 받고 갔다. ‘국무회의 소집’이라는 연락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10시 16~17분쯤, 회의 말미에 도착해 계엄선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말했으나, 대통령이 거의 바로 이석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실제 윤 대통령은 조 장관이 회의 현장에 도착한지 6분 만인 오후 10시 23분 대통령실 청사 1층 브리핑실에서 계엄 선포 대국민 담화를 읽기 시작했다. 조 장관은 이후 “방송되는 대통령의 담화문을 (다른 참석 국무위원들과) 함께 시청한 뒤 10시 45분쯤 나왔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계엄 선포에 반대 의견을 냈다고 강조했지만, 계엄 선포의 위법·위헌성에 대해선 판단을 회피했다. 이날 전체회의 초반 ‘계엄 선포가 위법·위헌했다는 데 동의하느냐’는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의 질문에 “동의한다”고 답했던 그는 회의 후반에 가서는 “위헌 여부는 제가 판단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수정했다. 그렇다면 ‘왜 국무회의 당시 계엄 선포에 반대했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는 “법률적 요건보다는 경제·사회적 파장이 너무 클 것을 고려해 동의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비상계엄 선포 시간대별 상황 그래픽 이미지.

비상계엄 선포 시간대별 상황 그래픽 이미지.

 
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조 장관이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에는 불참한 것에 대해서도 의원들의 질타가 집중됐다. 국회는 계엄 선포 2시간 30분 만인 4일 오전 1시 1분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시켰으나, 국무회의 정족수가 바로 충족되지 못해 4시 30분이 돼서야 최종 처리됐다. 조 장관은 “2시 6분에 (국무회의에 참석하라는) 문자가 왔지만, 2시간 동안 제가 인지하지 못했다”며 “4시쯤 문자를 확인하고 놀라서 옷을 입고 나가면서 국무조정실에 참석하겠다고 전화했으나, 이미 회의가 종료된 후였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 해제에) 반대해서 회의에 안 간 게 아니다”라며 “참석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에 ‘전공의 등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고, 위반 시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명령이 포함된 경위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조 장관은 “저도 포고령이 발표되고 알았다. 복지부와 사전에 논의한 바가 전혀 없었다”며 “저희도 놀랐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전공의들과) 대화와 설득을 통해 복귀를 유도한다는 정부 방침과 배치되고, 포고령 6개 항목 중 유일하게 특정 직역에 관련된 대목이기 때문에 저는 동의할 수 없다”며 ”이미 9000명 넘는 전공의가 이미 사직한 것도 고려가 안 됐고, 그중 50%가 이미 의료현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도 고려되지 않은 포고령이기에 때문에 저희도 놀랐다“고 말했다. 이날 복지위에 함께 참석한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도 “정부 안에서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참모들 사이에서 그런 (전공의를 처단해야 한다는) 분위기는 전혀 공유된 바가 없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전날(4일) 국무위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할 때 함께 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최종 사표 수리 전까지는 국정에 공백이 없도록 현직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 정부가 강하게 추진해온 의료개혁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지속가능한 체계로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실행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포고령은 효력이 없어졌다. (의료계가) 마음이 많이 다치셨으니 정부 생각을 말씀 드리고 설득해서 착실히 의료개혁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