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들도 '계엄 패닉'…"의대 증원 없던 일 되나" 조마조마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현장 교원들과 함께 AI 디지털교과서(AIDT) 의 현장 안착 및 효과적 활용 방안 모색을 위한 '함께 차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현장 교원들과 함께 AI 디지털교과서(AIDT) 의 현장 안착 및 효과적 활용 방안 모색을 위한 '함께 차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계엄 사태 후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사의를 표명하며 정부가 추진한 의대 증원 등 교육정책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대 증원 안 되면 못 붙는다” 불안한 수험생 

 
5일 교육계에 따르면 대입 커뮤니티, 학부모 카페 등을 중심으로 의대 정원 변동을 우려하는 글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계엄 사태, 탄핵안 상정 등으로 현 정부에 대한 지지가 흔들리고 의대 증원을 강력하게 추진할 동력이 떨어졌다는 취지의 내용이다. 올해 선발인원까지 바뀔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정시 수험생들, 우리의 입시가 위협받고 있다”는 제목의 글에는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렸다. 해당 글은 현재 신고를 받고 글 내용이 숨겨진 상태다. 

정부가 의대 증원 갈등을 10개월 넘도록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3일 대전의 한 의과대학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정부가 의대 증원 갈등을 10개월 넘도록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3일 대전의 한 의과대학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증원을 반대해 온 의대 학부모 사이에선 계엄 사태를 계기로 의대 증원 중단을 독촉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대 학부모들이 모인 한 카페에서는 “현 상태에서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밀어붙이긴 쉽지 않아 보인다”며 “민원 전화를 넣어 당장 증원을 백지화 하고 모집을 정지하자고 하겠다”고 했다.  

정원 변화는 곧 입시 전략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수험생들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서울 주요 대학 재학생 신분으로 올해 수능을 본 N수생 이모씨는 “만약 의대 증원이 취소되면 지방권 의대 갈 성적으로는 약간 부족한 터라 불안하다”며 “증원이 무리 없이 진행된다면 정시모집에서는 소신지원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학가 역시 비슷한 우려를 하고 있었다. 이번에 의대를 증원하는 한 수도권 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이미 시행계획이 발표된 2026학년도 정원까지는 정책 방향이 변하더라도 크게 손 대지 못할 것”이라면서도 “아직 구체적이 계획이 나오지 않은 2027학년도 정원부터는 나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 기획처장은 “충북대, 국립경상대 등 건사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정원을 받은 학교는 오히려 자발적으로 증원 분을 내놓고 싶을 수 있다”고 했다.  

 
사교육계도 동요했다. 최근 대형 입시 설명회를 준비한 사교육계 관계자는 “계엄령이 막 내려졌을 때는 수천명이 모이는 입시설명회도 해산 대상인 집회로 분류될 수 있다는 걱정이 들었고, 해제가 됐을 때는 정부의 시책 방향이 변할 수 있다는 불안 때문에 결국 설명회를 취소해야 하나 고민했다”고 말했다.  

무전공, 자사·특목고 정책도?…교육부 “흔들림 없이”

이주호 교육부총리가 지난해 정부서울청사에서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시안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있다. 강정현 기자

이주호 교육부총리가 지난해 정부서울청사에서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시안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있다. 강정현 기자

 
무전공(전공자율선택제) 확대 등 윤석열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었던 각종 정책이 바뀔 우려도 나왔다. 한 대학 기획 처장은 “무전공 확대는 예산을 따내기 위해 억지로 진행한 대학도 많기 때문에 대학들이 정부 눈치를 보다가 가장 먼저 선회할 정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불안한 건 중학교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특수목적고, 자율형사립고 존치 등 윤석열 정부의 중등교육 정책이 전 정부와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올해 중 3 학부모인 경기도 안양의 이모씨는 “내신 등급 구분을 9개에서 5개로 완화한 2028 대입 개편안을 보면 내신을 잘 못 받더라도 특목고가 유리한 측면이 크다”며 “결국 올해 외고에 원서를 쓰기로 했는데 갑자기 또 정책 방향이 변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교육부 “흔들림 없이 정책 추진”

 
교육부는 수습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 부총리는 전날 시도교육감협의회를 찾아 학사 정상 운영을 당부한 데 이어 이날은 AI디지털교과서 활용방안에 대해 교사 의견을 청취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치 상황과 별개로 행정은 행정 절차대로 진행되기 때문에 의대 증원은 당연히 변동 불가능한 사항”이라며 “당분간 부총리 공식 일정도 큰 변화 없이 소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부총리는 5일 출입기자들과의 만나는 자리에서도 “6·25 전쟁 때도 아이들은 열심히 가르쳤다. 교육만큼은 100m 달리기 속도로 제가 뛰겠다”고 했다. 또 “교육 개혁의 동력은 이미 확보됐다고 본다”며 “윤 대통령도 (교육 개혁에 대해) ‘궤도에 올랐다는 표현까지 썼는데, 동력 떨어졌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