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태 후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사의를 표명하며 정부가 추진한 의대 증원 등 교육정책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대 증원 안 되면 못 붙는다” 불안한 수험생
5일 교육계에 따르면 대입 커뮤니티, 학부모 카페 등을 중심으로 의대 정원 변동을 우려하는 글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계엄 사태, 탄핵안 상정 등으로 현 정부에 대한 지지가 흔들리고 의대 증원을 강력하게 추진할 동력이 떨어졌다는 취지의 내용이다. 올해 선발인원까지 바뀔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정시 수험생들, 우리의 입시가 위협받고 있다”는 제목의 글에는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렸다. 해당 글은 현재 신고를 받고 글 내용이 숨겨진 상태다.
증원을 반대해 온 의대 학부모 사이에선 계엄 사태를 계기로 의대 증원 중단을 독촉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대 학부모들이 모인 한 카페에서는 “현 상태에서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밀어붙이긴 쉽지 않아 보인다”며 “민원 전화를 넣어 당장 증원을 백지화 하고 모집을 정지하자고 하겠다”고 했다.
정원 변화는 곧 입시 전략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수험생들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서울 주요 대학 재학생 신분으로 올해 수능을 본 N수생 이모씨는 “만약 의대 증원이 취소되면 지방권 의대 갈 성적으로는 약간 부족한 터라 불안하다”며 “증원이 무리 없이 진행된다면 정시모집에서는 소신지원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학가 역시 비슷한 우려를 하고 있었다. 이번에 의대를 증원하는 한 수도권 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이미 시행계획이 발표된 2026학년도 정원까지는 정책 방향이 변하더라도 크게 손 대지 못할 것”이라면서도 “아직 구체적이 계획이 나오지 않은 2027학년도 정원부터는 나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 기획처장은 “충북대, 국립경상대 등 건사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정원을 받은 학교는 오히려 자발적으로 증원 분을 내놓고 싶을 수 있다”고 했다.
사교육계도 동요했다. 최근 대형 입시 설명회를 준비한 사교육계 관계자는 “계엄령이 막 내려졌을 때는 수천명이 모이는 입시설명회도 해산 대상인 집회로 분류될 수 있다는 걱정이 들었고, 해제가 됐을 때는 정부의 시책 방향이 변할 수 있다는 불안 때문에 결국 설명회를 취소해야 하나 고민했다”고 말했다.
무전공, 자사·특목고 정책도?…교육부 “흔들림 없이”
무전공(전공자율선택제) 확대 등 윤석열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었던 각종 정책이 바뀔 우려도 나왔다. 한 대학 기획 처장은 “무전공 확대는 예산을 따내기 위해 억지로 진행한 대학도 많기 때문에 대학들이 정부 눈치를 보다가 가장 먼저 선회할 정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불안한 건 중학교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특수목적고, 자율형사립고 존치 등 윤석열 정부의 중등교육 정책이 전 정부와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올해 중 3 학부모인 경기도 안양의 이모씨는 “내신 등급 구분을 9개에서 5개로 완화한 2028 대입 개편안을 보면 내신을 잘 못 받더라도 특목고가 유리한 측면이 크다”며 “결국 올해 외고에 원서를 쓰기로 했는데 갑자기 또 정책 방향이 변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교육부 “흔들림 없이 정책 추진”
교육부는 수습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 부총리는 전날 시도교육감협의회를 찾아 학사 정상 운영을 당부한 데 이어 이날은 AI디지털교과서 활용방안에 대해 교사 의견을 청취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치 상황과 별개로 행정은 행정 절차대로 진행되기 때문에 의대 증원은 당연히 변동 불가능한 사항”이라며 “당분간 부총리 공식 일정도 큰 변화 없이 소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부총리는 5일 출입기자들과의 만나는 자리에서도 “6·25 전쟁 때도 아이들은 열심히 가르쳤다. 교육만큼은 100m 달리기 속도로 제가 뛰겠다”고 했다. 또 “교육 개혁의 동력은 이미 확보됐다고 본다”며 “윤 대통령도 (교육 개혁에 대해) ‘궤도에 올랐다는 표현까지 썼는데, 동력 떨어졌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