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내란죄 고발 사건에 대해 각각 수사에 착수했다. 당일 비상계엄을 심의한 국무회의 참석 국무위원들과 ‘국회 점령 시도’ ‘의원 출입 통제’에 가담한 군인·경찰을 ‘내란죄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를 두고 법조계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이 비상계엄이 해제된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현안 관련 긴급 회의를 마친 뒤 국무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직전인 지난 3일 오후 9시쯤 대통령실 국무회의장에서 국무회의를 열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고 한다. 최소 의사 정족수인 11명의 국무위원이 참석했는지는 불명확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서 “국무회의 자체가 열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계엄법은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 또는 해제할 때 국무회의 의결이 아닌 심의를 거치도록 한다. ‘심의’는 발언과 토론을 통해 의견을 교환하거나 조정하는 것으로, 최종 확정을 뜻하지 않는다.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고 최종 결정을 하는 ‘의결’과 구분된다(정종섭, 『헌법학원론』). 전종익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심의 안건은 국무위원 찬반 의사와 무관하게 대통령이 강행할 수 있다”며 “계엄에 적극 찬성하거나 가담한 위원이라면 내란죄 공범으로 볼 여지가 있지만 적극 만류하지 않은 것만으로는 공범으로 보기 어렵다. 찬동 수준에 따라 공범이냐, 방조냐 등의 법리적 평가가 복잡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법조인들도 ‘반대하지 않은 것’만으로는 처벌이 어렵다고 봤다. 한 고법판사 출신 변호사는 “국무위원들의 소극적 행동이 사회적·정치적 잘못일 순 있지만 형사책임 대상인가는 별개의 문제”라며 “처음부터 계엄을 함께 획책한 김 전 국방장관 등이면 몰라도 밤늦게 국무회의장에 불려가 뒤늦게 안건을 통보받은 경우엔 (처벌이) 애매하다”고 말했다. 특수부 검사 출신 변호사 역시 “적극 반대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공범이 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적극 찬성했거나 타인을 부추기는 등 일종의 방조 행위를 했다면 공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10월 1일 서울 광화문광장 국군의날 기념 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귓속말하고 있다. 국방부는 김 전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한 당사자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계엄 과정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 조지호 경찰청장의 명령·지시에 따라 국회 본관 점령을 시도하고 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막은 군인·경찰을 처벌할 수 있는가 역시 논란거리다. 야당에선 계엄 당시부터 “군이 국회의원 출입을 막고 방해한 것은 심각하게 보면 내란 행위”(이언주 민주당 의원), “국회의원이 국회의사당에 진입하는 것을 막거나 계엄 해제 요구안에 표결하는 것을 방해하면 그 자체로 헌법 위반”(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란 주장이 다수 등장했다.
실제 계엄 시라도 국회의 권능 행사는 헌법·계엄법상 막을 수 없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국회의 정치 활동을 금한다”는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 명의 포고령이 1조부터 위헌·위법해 처벌 대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4일 자정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관으로 계엄군이 진입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 포고령에 따라 임무를 수행한 현장 지휘관과 일선 군·경의 법적 책임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불법 지시라는 것을 명확히 인지하고도 명령을 따른 경우’여야 한다는 것이다. 고법판사 출신 변호사는 “계엄이 발령돼도 국회는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나 늘 인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 데다, 도착할 때까지 출동지도 몰랐다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이라며 “현장 지휘권자여도 위법성 인지 여부에 따라 면책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앞서 국정원 1차장 출신인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계엄 당시 육군 특전사 707특수임무단 대원들이 “북한 관련 상황이 심각하다”는 연락을 받고 구체적인 임무를 하달받지 못한 채 계엄군으로 동원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5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박 총장은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보고 비상계엄 선포 사실을 알았다. 본인 명의 포고령은 동의할 수 없는 전문 수준이라 (김용현 전 국방장관에게) 법무 검토를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뉴스1
반면 특수부 검사 출신 변호사는 “법조문상 내란죄는 단순 가담자도 처벌 규정이 있다. 간부급 지휘관들은 공범이 될 수 있다”며 “다만 실무 경험상 단순 명령만 따른 말단 인원들은 책임성이 조각돼 면책될 확률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