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1차장 "尹, 계엄날 정치인 체포 지시"…이재명·한동훈 포함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당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정치인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의혹 당사자인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이번 기회에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홍 차장은 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윤 대통령으로부터 당일 이 같은 지시를 직접 받았다고 밝혔다고 민주당 김병기 간사가 전했다.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상계엄관련 현안보고를 마치고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상계엄관련 현안보고를 마치고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홍 차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발표 직후인 지난 3일 오후 10시 53분쯤 그에게 전화해 "국정원에도 대공수사권을 줄 테니 우선 방첩사령부를 도와 지원하라"면서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우라"고 지시했다.

이후 홍 차장은 육사 선후배 관계인 여인형 방첩사령관과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했다. 여 사령관은 처음 통화를 기피하는 분위기였지만 "윤 대통령에게 방첩사를 지원하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전하자, "일단 국회는 경찰을 통해 봉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여 사령관은 "선배님이 이걸 도와달라"면서 "체포조가 있는데 소재 파악이 안 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검거 지원을 요청한다"는 말과 함께 이 대표와 한 대표 등이 적힌 정치인 명단을 불러줬다고 했다. 홍 차장은 이 명단에 우원식 국회의장,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 박찬대 원내대표, 정청래 의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방송인 김어준, 김명수 전 대법관, 김민웅 전 교수 등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또 통화 과정에서 여 사령관으로부터 "(체포 대상자들을) 방첩사 예하에 있는 구금 시설에 구금해 조사할 예정이다"라는 말을 들었으며, 이런 지시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홍 차장은 덧붙였다.

홍 차장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체포 지시를 이행하지 않아 경질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홍 차장은 "대통령 경질 지시를 받고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주장했으나, 국정원은 경질 지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