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구두를 닦고 수선해온 ‘기부 천사’ 김병록(64)씨가 이번엔 또 다른 선행의 주인공이 됐다. 북한 대남 오물풍선으로 인한 창고 화재 사고 현장을 목격해 신고 및 진화를 도운 것이다. 김씨는 이런 공로로 경기지사로부터 표창장을 받는다.
6일 경기도와 파주시 등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9월 8일 오후 2시쯤 휴일을 맞아 지인 2명과 함께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야산에서 산행에 나섰다. 김씨는 산기슭을 오르기 시작할 무렵, 100여 m 떨어진 곳의 한 창고 건물 위로 뿌연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김씨가 곧바로 내달려 현장을 확인해 보니 출입문이 잠겨진 창고 지붕에서 검은 연기가 거세게 피어올랐고, 불길이 커지기 시작했다.
“등산로 초입에 오물풍선 쓰레기 봤다…천만다행”
김씨는 그 자리에서 119에 화재 신고했다. 또 불이 난 창고 40여 m 앞 출입문이 잠겨 있는 것을 보고 관리자를 찾아 나서 문을 열도록 했다. 소방차 진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다. 이후 도착한 소방차는 창고 앞까지 빠르게 진입해 화재 발생 3시간 만에 불을 모두 껐다.
이 불로 창고 1개 동 지붕 330㎡가 불에 타 1억3300만원의 재산 피해(파주시 집계)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재 현장에서 대남 오물풍선에 달린 기폭제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된 점 등에 비춰봤을 때 오물풍선에 달린 기폭제가 쓰레기와 함께 타면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등은 잔해물을 군에 인계했고, 파주시는 지난 9월 중순쯤 경기도에 피해 창고 측에 대한 복구 지원을 위해서 피해보상(경기도 예비비) 신청을 했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김씨에 대해 ‘민방위 업무 발전 유공 표창’ 수여를 지난달 경기지사에게 추천했고, 김동연 경기지사는 표창을 결정했다. 김 시장은 오는 12일 오전 9시 파주시청에서 김씨에게 경기지사 표창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김씨는 “인명 피해가 나지 않고 주변 산림으로 불이 퍼지지 않은 데다 빠르게 불을 모두 끌 수 있게 돼 천만다행이었다”며 “북한의 오물풍선으로 인한 화재란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는 놀란 가슴을 다시 한번 쓸어내렸다”고 말했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화재 발생 당시 이를 목격하고 신속히 소방서에 신고했을 뿐 아니라 화재 조기 진압에도 도움을 주는 등 지역사회 안전을 위해 노력해준 김씨에게 표창을 통해서 감사함을 전하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