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왕복선 챌린저호 비극의 원인....위험의 일상화, 일탈의 정상화[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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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재난을 모른다
홍성욱 지음
동아시아

 

 

 

미국 우주왕복선 챌린저호는 비극적 사고로 기억된다. 1986년 1월 발사 직후 불과 1분여 만에 폭발했다. 일반인 지원자 중에 선발된 교사 크리스타 맥컬리프를 포함해 7명의 우주인은 모두 목숨을 잃었다. 


조사 결과, 발사 당일의 낮은 기온 탓에 비교적 단순한 부품인 오링(O-ring)에 문제가 생겨 연료가 새면서 폭발이 일어난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NASA(미항공우주국)와 로켓 부스터 제작사 경영진은 전날 몇몇 엔지니어의 연기 주장에도 발사를 강행한 것이 드러나 비난을 받았다. 

한데 사실 오링 손상이 처음은 아니었다고 한다. 챌린저호를 포함해 당시 NASA 우주왕복선들은 24회 비행에서 7차례나 오링 손상이 발견됐다. 하지만 부품을 잇는 두 개의 오링이 한꺼번에 문제가 된 적은 없었고, 오링 부식과 기온의 통계적 관계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오링이 안전을 위협하는 중요 요소란 것을 인식하면서도, 점차 오링 손상을 일상적인 일이자 수용할만한 위험으로 받아들였다. 

크리스타 매컬리프(1948~1986)의 동상. 그가 고등학교 교사로 일한 뉴햄프셔주 콩코드에서 그의 76번째 생일인 올해 9월 2일에 공개됐다. [AP=연합뉴스]

크리스타 매컬리프(1948~1986)의 동상. 그가 고등학교 교사로 일한 뉴햄프셔주 콩코드에서 그의 76번째 생일인 올해 9월 2일에 공개됐다. [AP=연합뉴스]

   
사회학자 다이앤 본은 '일탈의 정상화'라는 개념을 내세워 이런 과정을 설명한다. 그는 향후 발사 스케줄이 꽉 차 있는 상황에서 연기 대신 발사를 강행하는 '생산량의 문화', 현장 엔지니어의 의견이 상부로 전달되면서 중요한 부분이 축소되는 '구조적 비밀주의' 등도 지적하면서 가장 큰 사고 원인으로 '일탈의 정상화'를 꼽았다. 

이 책은 이를 비롯해 재난에 대한 각종 이론과 더불어 20세기 후반 이후의 여러 재난을 '기술재난'으로 재조명한다. 재난은 국내의 관련법에서도 보듯 크게 둘로 나뉜다. 홍수, 호우, 가뭄, 지진 등 자연재난과 화재, 붕괴, 폭발, 지상·해상·항공 교통사고, 환경오염 사고 등 사회재난이다. 거칠게 옮기면 자연이 만든 것이냐 인간이 만든 것이냐의 구분이다. 

기술재난은 이 양쪽에 걸쳐 있는 개념. 지은이는 사회재난 중에도 원전 방사능 유출 사고 등의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단순히 사람의 실수나 오류가 낳았다기보다 기술과 인간의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복잡한 기술 시스템이 오작동해 생겼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한다.   

후쿠시마 다이이치 원자력 발전소 부근의 항공사진. 2023년 8월 오염수 해양 방류 직후 촬영됐다. [AP,교도통신=연합뉴스]

후쿠시마 다이이치 원자력 발전소 부근의 항공사진. 2023년 8월 오염수 해양 방류 직후 촬영됐다. [AP,교도통신=연합뉴스]

 
또 자연재난도 산업사회를 겪은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기술재난과 복합된 형태로 나타나는 점을 지적한다. 1972년 미국에서 호우와 함께 댐 붕괴로 벌어진 버펄로 크릭 참사, 1984년 서울에서 홍수와 함께 벌어진 망원동 유수지 수문 붕괴 사고, 21세기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지진과 포항 지진 등의 원인에 대한 이 책의 설명은 자연과 기술이 복합된 재난의 의미를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한다. 

특히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쓰나미로 인한 발전기·배터리 침수와 전력 공급 중단, 냉각수로 바닷물을 이용하기 쉽게 해안 절벽의 높이를 깎아 만든 부지 등을 아울러 바닷물이라는 환경과 기술, 자연과 기술이 결합한 '환경기술재난'으로도 불린다.  

마치 개론서처럼 재난의 정의부터 소개하는 책인데, 독자에게 다가오는 무게중심은 구체적인 사례들의 원인 분석에 실려 있다. 스리마일섬 원전과 체르노빌 원전 참사,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 인도 보팔 화학공장 참사 등 해외 사례와 함께 KAL 007기 피격,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참사, 가습기살균제 참사, 세월호 참사 등 기억에 생생한 비극적 사건들을 소환해 복잡다단한 원인을 비교적 알기 쉽게 정리해 놓았다. 

재난은 그 사전적 의미처럼 뜻밖에 벌어지는 일이지만, 책에 따르면 기술재난은 자연재난보다 훨씬 예측 불가능성이 높다. 재난은 참담한 피해를 입히지만 이를 복구하고 이재민을 돕는 과정에서 공동체의 결속이 강화되기도 한다. 반면 기술재난은 책임자들의 책임 회피 등을 비롯해 공동체의 갈등과 균열을 낳을 수 있고, 회복 기간도 더 긴 것이 특징으로 꼽힌다. 상수도에 장기간 하수가 흘러든 미국 도시의 사례처럼 '느린 재난'으로 벌어지기도 한다. 지은이는 자연재난과 달리 기술재난은 그 원인을 두고 음모론적 설명이 제시되기 쉽고, 음모론은 권력 집단과 전문가에 대한 신뢰가 낮은 사회에서 횡행한다고도 지적한다. 

재난에 대한 이 모든 분석과 연구가 겨냥하는 것은 회복과 예방일 터. 발생한 재난만 아니라 발생하지 않은 부정적 사건의 확률, 즉 '위험'과 기술위험에 대해 이 책이 부록으로 실어놓은 글도 함께 읽어둘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