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5시 44분 국회대로에서 민주노총 등이 설치한 전광판으로 본회의장 중계 뉴스를 보고 있던 시민들은 일순간에 “아”하고 탄성을 내뱉었다. 몇 초간 술렁이던 집회 참석자들은 이후 “미친 거 아니냐”, “말도 안 된다”며 소리를 질렀다.
집회 현장에선 “국민의힘 개XX들”, “미친XX들” 같은 욕설도 들렸다. 한 60대 남성은 “국회 XXX들, 여의도에서 이럴 게 아니라 용산으로 쳐들어가자”고 외쳤다. 또 다른 중년 여성은 “김건희(특별법)도 찬성을 안 했다니 머리에 총 맞은 거 아니냐”고 소리쳤다.
친구 두 명과 집회에 왔다는 직장인 이지은(28)씨는 “윤석열 정부 들어선 이후 시민 입장에선 이해 안 되는 일이 많아서 답답하고 무력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여의도공원 앞에 있던 최은영(35)씨는 “나라의 존재 이유가 당의 이익을 위한 데 있다고밖에 해석이 안 된다”며 “계엄 선포한 날 시민들은 잠도 못 잤는데 의원들이 자유를 지키려는 움직임에 역행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후 본회의장을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을 규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민의힘 의원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자 따라 부르며 “동참하라, 동참하라”고 외쳤다. 경기 안양에서 남편과 온 이미숙(53)씨는 “이번에 퇴장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유권자에 총구를 겨눈 이들을 옹호한 것인데 다시 뽑아준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재수생 이소율(19)씨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였는데 국민의힘이 시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여의도 일대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16만명, 주최 측 추산 100만명이 모였다. 앞서 민주노총 등 단체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최대 규모인 20만 명이 집회에 참석할 것이라고 경찰에 신고했다.
전광훈 “김건희 여사님 나한테 밥 한 번 사세요”
반면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은 잔치 분위기였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무대 위로 올라 부결됐다는 소식을 전하자 집회 참여자들은 “와!” 하고 탄성을 질렀다. 전 목사는 “김건희 여사님 나한테 밥 한 번 사세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은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흔들며 “윤석열 대통령 만세”, “탄핵도 부결”, “이재명 구속” 등 구호를 외쳤다. 축제 분위기가 이어지고 사랑제일교회 합창단이 축하 공연을 준비했다. 전 목사가 ‘내 나이가 어때서’ 등 노래를 부르자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춤을 췄다.
일부 시민은 감정이 북받치는듯 울먹이기도 했다. 주부 정세윤(70)씨는 “나라가 안정된 것 같다. 대통령이 일하게 둬야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돈을 다 차단해버리지 않았냐”고 말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왔다는 유모(63)씨는 “잘못 없는 영부인이 마음 고생을 많이 했는데 힘이 되는 결과가 나와서 너무 기쁘다. 윤 대통령이 임기를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광화문 일대에 약 3만명이 모여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주최 측은 10배에 해당하는 30만 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