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탄핵 시도에서 살아남은 韓대통령…정치 혼란 장기화"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7일(현지시간) 계엄 사태와 관련한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표결 과정을 실시간 뉴스로 다루며 국민의힘 의원들의 보이콧으로 탄핵안이 ‘투표 불성립’ 된 것과 관련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더 길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릴 예정인 윤석열 대한민국 대통령 탄핵 표결을 위한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AP=연합뉴스

우원식 국회의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릴 예정인 윤석열 대한민국 대통령 탄핵 표결을 위한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AP=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는 ‘한국 대통령, 탄핵 시도에서 살아남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야당의 탄핵 시도가 법안 처리에 반대하기로 당론을 모은 여당에 의해 좌절됐다”며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이후 나라를 뒤흔든 정치적 격변과 불확실성이 길어지게 됐다”고 보도했다. NYT는 “야당은 여당 의원들에게 본회의로 돌아와 표결에 참여하기를 촉구하며 회의를 몇 시간 연장했다”며 “여당 의원 108명 중 3명을 제외한 전원이 표결에 불참하면서 탄핵안 표결을 유효하게 하기 위한 정족수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은 “이날 표결 불발은 추가적인 정치적 혼란과 대통령 사임에 대한 대중의 요구 증대를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야당은 다음주 윤 대통령의 탄핵안을 다시 제출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고, 수사 기관은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탄핵 시도가 무산된 것은 한국을 뒤흔든 정치적 혼란을 연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미국 언론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탄핵 반대’ 당론에 따라 안철수·김예지·김상욱 3명을 제외한 모든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한 점을 비판적으로 다뤘다.

지난 7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대가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따른 윤석열 검찰총장의 탄핵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7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대가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따른 윤석열 검찰총장의 탄핵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AP=연합뉴스

 
WSJ는 “국민의힘이 국가보다 정당을 중시하는 길을 택한 것은 최악의 결과”라는 시카고 글로벌어페어즈카운슬 소속 한국 전문가 칼 프리드호프 연구원의 발언을 소개했다. WP는 박찬대 만주당 원내대표가 국민의힘 소속 의원 전원의 이름을 호명하며 투표 참여를 독려한 점과, 국민의힘 소속 의원 중 회의장에 남아 있던 안철수 의원과 추가로 투표한 김예지·김상욱 의원을 언급하며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통령을 지원하기 위해 표결에서 단결했고, 이는 윤 대통령의 행동(계엄령 선포)보다 진보 정권의 복귀를 더 우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주한미국대사관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된 직후 SNS에 “한국의 정치 상황이 여전히 유동적”이라며 “특히 국회의사당 주변에서 시위가 증가하고 교통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 시위가 벌어지는 지역을 피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면서 “평화적인 목적의 시위라도 대립적인 분위기로 바뀌며 폭력으로 확대될 수 있다”며 “공공장소에서는 주변 환경에 주의를 기울이고 안전 예방 조치를 취해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