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특유의 허세로 정치적 자살행위"…외신도 주목한 촛불집회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처리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처리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여당 의원들의 투표 불참으로 무산되자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이제 그(윤 대통령)의 문제는 그들(여당)의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욱 길어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NYT는 탄핵안 투표 불성립 배경과 향후 정국 전망을 상세한 분석 기사로 비중 있게 전하는 한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을 가득 메운 시민들의 탄핵 촉구 집회 참여 열기를 전하며 “토요일 국회 앞 집회는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최대 규모로 열렸다”고 보도했다.

NYT는 ‘대한민국 권력의 중심지(여의도)를 시위대는 어떻게 가득 메웠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전국에서 (대통령 사퇴 촉구)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며 “7일 윤 대통령 탄핵 시도가 필요한 의결 정족수를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한국을 뒤흔든 정치적 격변과 불확실성이 장기화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날 국회 표결을 앞둔 오후 3시가 되자 국회 앞은 집회 인파로 가득 찼고 전국에서 모인 수만 명이 윤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에 모인 시위대 인파를 상세히 설명한 조감도 사진. 사진 NYT 홈페이지 캡처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에 모인 시위대 인파를 상세히 설명한 조감도 사진. 사진 NYT 홈페이지 캡처

“한국선 정치적 반대 표명 때 촛불집회”

이날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범국민 촛불대행진’ 집회에는 경찰 추산 약 15만 명이 집결했다. 민주노총 등 주최 측 추산은 100만 명이다. NYT는 “국회에서 투표가 계속 진행되는 동안 시위대는 촛불과 형형색색 야광봉을 든 채 국회 주변에 밤늦게까지 머물렀다”며 “한국에서는 정치적 반대를 표명하기 위해 촛불 집회를 여는 전통이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대형 조감도 사진을 이용해 군용 헬리콥터 착륙을 막기 위해 국회 앞 잔디밭에 대형 차량을 곳곳에 세운 모습과 국회 정문 앞부터 여의도공원을 가득 메운 촛불 집회 인파를 소개했다. 또 국회 정문 앞에 설치된 한국교통공단 폐쇄회로 카메라(CCTV) 영상을 실어 밤늦게까지 국회 앞 대로를 메운 집회 인파를 보여주기도 했다. NYT는 “오후 9시쯤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표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분명해지면서 참석자 규모가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경기도 부천에서 왔다는 집회 참석자 박수빈(29)씨의 “주말마다 올 계획이다. 내주 월요일부터는 더 많은 분들이 오셨으면 좋겠다”는 발언을 실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에 모인 시위대 인파를 보여주는 조감도 사진. 사진 NYT 홈페이지 캡처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에 모인 시위대 인파를 보여주는 조감도 사진. 사진 NYT 홈페이지 캡처

“보수집회선 탄핵 부결 예상에 환호성”

NYT는 이와 함께 광화문 광장에 모인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인 보수단체 집회 소식도 전했다. NYT는 “탄핵안 표결이 시작됐지만 가결이 어려울 것 같다는 연사들 발언이 나오자 참석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고 보도했다. 이어 “땅바닥에 앉아 있던 국회 앞 (촛불)집회 참석자들과는 달리 광화문 집회에서는 참석자들을 위한 의자가 설치돼 있었다”고 전했다. 광화문 집회 참석 인원은 경찰 비공식 추산 2만명이다. 주최 측은 100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NYT는 또 ‘탄핵을 피하려는 한국 국정 지도자의 수는 더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투표 불참을 당론으로 결정한 배경과 향후 정국이 어떻게 흐를지 집중 분석했다. NYT는 먼저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 중 한 곳에서 정치적 불확실성과 혼란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한 뒤 “엄청난 이번 (계엄) 드라마는 한국에 군부 통치가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공포를 불러일으켰고 사람들은 이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국 국민의 70% 이상이 윤 대통령 탄핵을 지지했다는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보수성향 단체가 주최한 집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인파를 보여주는 교통공단 폐쇄회로 카메라 촬영 장면. 사진 NYT 홈페이지 캡처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보수성향 단체가 주최한 집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인파를 보여주는 교통공단 폐쇄회로 카메라 촬영 장면. 사진 NYT 홈페이지 캡처

여당 투표 불참에 “박근혜 트라우마”

NYT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탄핵안 표결에 불참한 이유를 두고 “부분적으로는 2016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겪은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탄핵되면 보수 성향의 대통령 두 명이 연달아 탄핵으로 대통령직을 잃게 된다”고 짚었다. 이어 “윤 대통령 탄핵의 법적 근거는 충분하다. 국민의힘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시간을 벌려고 한 것”이라는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의 분석을 실었다.

NYT는 일선 후퇴 의사를 밝힌 윤 대통령에 대해서는 “특유의 허세 때문에 이번에 정치적 자살 행위를 택했다고 분석가들은 말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성민 민 대표는 ‘그는 이제 정치적으로 죽은 사람’이라고 말한다”고 부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계엄 선포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계엄 선포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뉴스1

NYT는 향후 정국과 관련해서는 “야당은 윤 대통령 탄핵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며 “윤 대통령의 퇴임은 2022년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근소하게 패했지만 현재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으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차기 대선 전망을 밝게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