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무산됐지만, 의료계는 윤 대통령 퇴진 압박을 높이고 있다. '전공의 처단'을 명시한 계엄사령부 포고령에 분노한 전공의들이 거리로 나선 게 대표적이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서전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집회는 2월부터 이어진 의정갈등 국면에서 전공의 단체가 처음 주도한 장외 집회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은 이른바 '탕핑(躺平·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음)' 전략을 이어왔다. 하지만 3일 발표된 비상계엄 포고령에서 미복귀 전공의가 처단 대상으로 지목되자, 직접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냈다. 집회엔 대부분 20~30대로 보이는 전공의·의대생 약 700여명(주최 측 추산 1000명)이 참석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의대 증원을 동일시하며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사회를 맡은 우병준 서전협 공동 비대위원장은 "지난 2월부터 대한민국 의료에 대해선 사실상 계엄이 선포된 것과 다름없었다"며 "비상계엄·의대 증원 둘 다 원천 무효다. 의대 증원, 필수의료 패키지를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병원 사직 전공의 A씨는 윤 대통령을 향해 "의료정책 실패를 인정하라.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말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국민의힘 탄핵 표결 불참을 두고 "비통하고, 허망하다. 내란 비호와 표결 회피. 부끄럽지 않은가"라며 "(윤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두 사람 모두 함께 사라지길 바란다"고 적었다.
집회에 참석한 강홍제 원광대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은 "대학 당국은 의대 증원을 철폐하고 (계엄령) 부역자에 협조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내년 의대 증원 철폐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료계 단체들도 계엄 후폭풍 속에 정부의 의대 증원 백지화 등을 거듭 압박하고 있다. 의대 학장 단체인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6일 입장문에서 "2025학년도 의대 정상 운영을 위해 모집 중단 등 실질적 정원 감축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7일 성명서를 통해 증원 철회를 요구하며 "내란 관여자의 지시로 행해지는 정부의 모든 정책에 대한 참여와 자문은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간 의대 교수들이 정부의 의료정책 수립 과정에 자문을 해주는 등 참여해왔는데, 이를 전면 보이콧한다는 것이다.
한편 보건의료·사회정책 학계도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했다. 한국사회복지학회 등 22개 학회는 8일 공동 성명서에서 "국회는 '내란 수괴' 윤 대통령을 즉각 탄핵하고, 계엄령의 위헌성과 국회·선거관리위원회 공격의 불법성을 철저히 조사해 내란 책임자에 대한 체포와 처벌을 즉각 추진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