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방송된 NBC 방송 ‘미트 더 프레스’ 인터뷰에서 “2기 재임 기간 나토에 계속 남을 것인가”라는 진행자 물음에 “그들이 청구서를 지불한다면,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그렇지 않을 경우 탈퇴를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absolutely)”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유럽 국가들은 무역에서 우리를 끔찍할 정도로 이용하고, 여기에 우리는 그들을 방어해주고 있다. 그것은 이중고”라며 “만약 그들이 청구서 비용을 지불하고 우리를 공평하게 대우한다면 당연히 나토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 제 판단”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방위비 비용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을 경우 나토를 탈퇴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그가 여러 차례 강조해 온 ‘안보 무임승차 불가론’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인터뷰에서 한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2기 정부 출범 뒤 한국에도 방위비 증액을 압박할 가능성은 높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0월 한국을 향해 ‘머니 머신’(부유한 나라)이라고 부르며 연 100억 달러(약 14조 원)의 방위비 부담을 요구했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인터뷰에서 관세 인상이 소비자 물가 부담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와 관련해선 “(과거 집권 1기 때) 중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했지만 인플레이션은 없었다. 그래서 저는 관세를 믿는다”며 “관세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생각하고 우리를 부자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권 2기 출범을 앞두고 관세 인상 방침을 밝히자 월마트 등 주요 소매업체들이 소비자 가격을 인상하려 한다는 진행자 지적에 “저는 관세로 전쟁도 막았다”며 “관세를 적절하게 사용하면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경제 이외의 측면에서도 매우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25일 불법 이민과 마약 유입 억제를 이유로 이웃 국가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비(非)무역 현안 해결에 관세를 활용한다는 방침을 밝힌 셈이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실제로 관세를 부과할 예정인가, 아니면 협상 전략인가”라는 진행자 물음에 즉답 대신 “멕시코 대통령과 캐나다 총리에게 불법 이민과 마약의 유입을 멈추지 않으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그 뒤로 국경을 넘어오는 사람은 아주 조금만 있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기준금리 등 미국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준에 대해 여러 차례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자신이 재선하면 파월 의장을 경질할 수 있다는 뜻을 피력해 왔다. 하지만 이날 트럼프 당선인이 파월 의장의 남은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말하자 뉴욕타임스(NYT)는 “정치적 독립성이 생명인 연준에 드리워진 불확실성을 해소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출생 시민권 제도 폐지 계획이 여전한지 묻는 말에는 “물론”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난 모든 사람은 시민으로 규정하는 미국 헌법을 행정명령으로 우회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것을 바꿔야 할 것”이라며 “미국만 이런 제도를 가진 유일한 나라다. 말도 안 된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이날 인터뷰에서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정적들에 대한 보복을 지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들이 처벌받는 것은 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 사태를 조사한 의회 특위 위원들은 감옥에 가야 하며 이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을 곧바로 사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저는 매우 신속하게 행동할 것이다. 취임 첫날”이라며 “그들은 몇 년 동안 더럽고 역겨운 곳에 갇혀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성폭행 혐의 등으로 부적격 논란에 휩싸인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지명자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며 상원 인준 통과에 자신감을 보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피트는 지금 잘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는 군을 사랑하고 사람들이 그것을 알아보기 시작했다”며 “다른 많은 사람과 함께 그의 지명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많은 상원의원이 나에게 전화를 걸어 그(헤그세스)가 환상적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내년 1월 20일 취임사에 담길 메시지는 ‘통합’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리는 통합을, 성공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우리 나라를 하나로 모으는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인터뷰는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첫 공식 언론 인터뷰다. 지난 6일 사전 녹화됐고 이틀 뒤 방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