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형은 9일(한국시간) 바하마 올버니 골프장에서 열린 히어로 월드 챌린지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2개로 4타를 줄여 합계 19언더파 269타로 준우승을 기록했다. 우승은 이날 보기 없이 버디 9개를 몰아쳐 25언더파 263타를 작성한 스코티 셰플러(28·미국)에게 돌아갔다.
히어로 월드 챌린지는 PGA 투어 정규대회는 아니지만 20명의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출전하는 올스타전 성격의 연말 이벤트다. 순위별로 남자골프 세계랭킹 포인트도 부여한다. 무엇보다 골프계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우즈가 주최하는 대회라 스타 선수들이 매년 빠짐없이 참가한다. 올해 역시 세계랭킹 1위 셰플러와 김주형을 비롯해 저스틴 토마스(31), 패트릭 캔틀레이(32·이상 미국), 임성재(26) 등이 출전했다. 원래 우즈도 선수 자격으로 나서지만, 아직 허리 상태가 좋지 않아 주최자로 후배들을 맞이했다.
지난 10월 국내에서 열린 제네시스 챔피언십 준우승 직후 라커룸 문짝을 망가뜨려 논란을 일으켰던 김주형은 지난달 출전한 아시안 투어 홍콩 오픈에서 컷 탈락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준우승을 기록하며 내년 시즌 전망을 밝혔다. 김주형은 14일부터 미국 플로리다주 티뷰론 골프장에서 열리는 남녀 혼성 대회인 그랜트 손턴 인비테이셔널에서 지노 티띠꾼(21·태국)과 짝을 이뤄 올해 마지막 실전을 치른다.
이번 대회 우승은 디펜딩 챔피언인 셰플러가 차지했다. 셰플러는 올 시즌 PGA 투어에서만 7승을 몰아쳤다. 8월 파리올림픽에선 생애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이어 우승 상금 100만달러(14억원)가 걸린 히어로 월드 챌린지도 제패하면서 남자골프 1인자로서의 이름값을 증명했다.
3라운드 17언더파 단독선두 토마스에게 1타 뒤진 채 최종라운드를 출발한 셰플러는 전반에만 4타를 줄이며 단독선두로 올라섰다. 이 사이 김주형도 버디 3개를 잡아 셰플러를 1타 차이로 쫓았다. 그러나 셰플러가 후반에도 보기 없이 5타를 줄이는 완벽한 경기력을 펼치면서 손쉽게 우승 트로피를 가져갔다. 김주형은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2.5m짜리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토마스와 19언더파 공동 2위가 됐다. 바로 뒤 챔피언조의 토마스는 같은 홀에서 보기를 적어 단독 준우승은 김주형이 차지했다.
셰플러는 정확한 아이언샷을 자랑하지만 퍼트가 큰 약점으로 꼽힌다.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퍼터 종류를 바꾸는 등 애를 써왔고, 이번 대회에선 오른손을 퍼터 위로 살포시 얹는 집게 그립을 택해 효과를 봤다. 셰플러는 “많은 압박감 속에서 경쟁자들과 플레이하고, 계속 선두를 지킨다는 사실이 좋았다. 특히 오늘은 좋은 샷과 퍼트가 많이 나와 만족스럽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