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을 종합하면 가장 극적인 대비를 보이는 국가는 튀르키예와 이란이다. 두 나라는 이스라엘 정책에선 같은 노선을 취하면서도, 튀르키예는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고 이란은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는 상반된 노선을 걸었다.
반면 이란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사실상 궤멸 수준의 피해를 입은 데 이어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마저 무너지면서 중동 내에서 친이란 ‘저항의 축’이 붕괴할 위험에 처했다. 이란은 시리아 반군이 다마스쿠스를 점거한 직후 대사관이 약탈당하는 수모도 겪었다. WSJ는 아사드 정권의 몰락으로 “이란은 헤즈볼라와 이어지는 중요한 육로 또한 잃었다”고 짚었다.
러시아도 이란 못지않은 타격을 입었다. 시리아 항구인 타르투스에는 러시아가 2017년부터 49년 동안 임대한 러시아 해군기지가 있다. 사실상 러시아군이 지중해로 진출할 수 있는 유일한 항구다. 타르투스를 내주게 되면 미국이 반사이익을 얻는다. 다만 시리아 반군이 러시아와 분쟁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고 러시아제 무기에 의존하고 있어서 양자가 협력을 추구할 가능성도 있다.
이스라엘은 가장 큰 반사이익을 얻었다. 하마스와 헤즈볼라에 대한 자신들의 공격이 아사드 정권의 몰락으로 이어졌다는 자평도 하고 있다. 다만 역내 영향력을 잃고 있는 이란이 최후의 수단으로 핵무기 개발에 나살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이란이 자위 수단으로 핵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할지, 아니면 트럼프 당선인과 협정(이란 핵합의 복원)을 추진할지 딜레마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득실을 따지기엔 다소 애매한 상황이다. 시리아라는 나라와 사회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너무 복잡해 향후 향방을 가늠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시리아의 인구 대다수는 수니파이나 군과 정부 요직은 시아파의 일종인 알라위파가 장악하고 있다. 여기에 이슬람 원리주의, 기독교 등 종교가 다양하고, 민족구성도 시리아인, 쿠르드인, 아르메니아인 등으로 복잡한 편이다.
시리아 반군 역시 민주주의 세력, 쿠르드족 민병대, 이슬람 극단주의 등 여러 정파가 얽혀있다. 주류 세력인 하야트타흐리트알샴(HTS)의 수장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42)는 이슬람 원리주의자에 속하지만, 스스로 온건파로 칭한다. 그는 이슬람 극단주의인 이슬람국가(IS), 알카에다 계열 무장단체와 투쟁을 통해 지방을 장악했고, 여성의 히잡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는 다소 유화적 통치방식을 보였다. HTS는 기독교도, 드루즈파, 알라위파 등 소수파 권리를 보호하겠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HTS가 애초에 알카에다 연계 조직인 알누스라에서 출발했고, 이슬람 국가 건설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는 점 때문에 미국은 여전히 의구심을 품고 있다. 아사드 정권 몰락을 “역사적인 기회의 순간”(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라며 환영하면서도 HTS를 테러단체로 간주한 기존 입장에는 별다른 변화의 조짐이 없는 이유다.
미국은 8일 B-52, F-15, A-10 등을 동원해 시리아 중부의 이슬람국가(IS) 기지와 대원들을 수십차례 공습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정부는 자신들이 선호하는 세력에 의존하면서, 협상을 통해 나라를 안정시키려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또한 튀르키예는 HTS외에 북부 시리아 기반 반군을, 미국은 동부 시리아의 세속 쿠르드족 반군을 지원 중이고, 남부 시리아는 드루즈족 민병대가 장악하고 있어 현재 반군의 주류를 장악한 HTS가 성공리에 정부를 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아사드 정권을 몰락을 “인조국가의 종말”이라며 “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열강이 그은 국경선에 근거한, 중동의 인공적인 국민국가의 한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