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은 무장병력, 서버실엔 정보사 요원…12·3 긴박했던 선관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선관위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장면이 담긴 내부 CCTV를 6일 공개했다. 이들은 국군 정보사령부 소속으로 파악됐다. 행정안전위원회 제공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선관위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장면이 담긴 내부 CCTV를 6일 공개했다. 이들은 국군 정보사령부 소속으로 파악됐다. 행정안전위원회 제공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 특별수사단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계엄군과 경력이 배치된 경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계엄사가 부정수사 의혹 수사를 빌미로 국회보다 빠르게 병력을 투입한 곳인 만큼 경찰은 당일 상황 재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9일 국회와 국방부·선관위에 따르면, 계엄군은 비상계엄 선포를 마친 지 2분 만인 지난 3일 오후 10시 31분 선관위 과천청사에 도착했다. 같은 시각 경찰 10명은 청사 정문 출입을 통제했다. 선관위에 진입한 계엄군 10여 명 중 6명은 곧장 2층 정보관리국 통합관제센터로 올라갔다. 통합관제센터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계엄군은 ▶사전투표 명부를 관리하는 통합명부시스템 서버 ▶보안장비가 구축된 컨테이너 C열 서버 ▶통합스토리지(저장장치) 서버를 연달아 촬영했다. 이들은 국방부 직할부대인 국군정보사령부 소속으로 파악됐다.

일부 극우 유튜버들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하고 비상계엄 선포를 옹호한다. 구독자 100만명을 거르는 한 극우 유튜버는 “선관위 상륙작전 대성공”이라고 주장했다. 유튜브 캡처

일부 극우 유튜버들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하고 비상계엄 선포를 옹호한다. 구독자 100만명을 거르는 한 극우 유튜버는 “선관위 상륙작전 대성공”이라고 주장했다. 유튜브 캡처

당시 육군 대령 등으로 구성된 정보사 병력은 선관위 야간 당직자 5명의 외부 연락을 차단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유선 전화를 차단했다. PC 사용을 금지하고 출입도 통제했다. 오후 11시 비상계엄 포고령이 선포된 이후 경찰 90명과 계엄군 110명이 추가 투입되었고, 국회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뒤에야 철수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서버를 촬영한 계엄군이 서버 장치를 만지거나 탈취한 정황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각종 선거 자료가 보관된 통합관제센터는 그간 극우 유튜버와 보수단체가 부정선거의 증거를 찾을 수 있다고 지목한 곳이다. 앞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많은 국민들이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함에 따라 향후 수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선관위 시스템과 시설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수본은 이날 선관위로부터 CCTV 자료를 받은 뒤 서버를 촬영한 정보사 군인의 신원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수원 선거연수원과 선관위 서울 관악청사에 군·경이 투입된 배경도 규명 대상이다. 선거연수원에는 3일 오후 11시 30분에 경찰 100명, 4일 오전 12시 50분에 군인 130명이 투입됐다. 관악청사에도 군인 47명이 배치됐다. 야권 일각에선 “계엄군이 연수원을 구금 시설 또는 수사본부로 활용하려고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연수원은 1인실 17개, 2인실 80개 규모의 생활관이 있어 다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과천청사와 달리 두 곳은 군·경의 진입 시도가 없었다"며 “연수원은 전산 자료가 없고 기록보존소만 있는데 군·경이 왜 투입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직후인 지난 4일 오전 12시 53분쯤 수원 선거연수원 정문에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비상계엄 직후인 지난 4일 오전 12시 53분쯤 수원 선거연수원 정문에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국수본은 또 선관위 청사와 연수원에 투입됐던 경기남부 경찰관들의 무전 기록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당시 과천경찰서 소속 초동대응팀 5명은 K-1 소총을 소지한 채 경계 근무를 섰다. 이와 관련 문진영 과천경찰서장은 “비상계엄 출동 관련 규정이 없어서 요건이 가장 유사한 대테러 상황에 준해 장비를 챙겼다”며 “대신 삽탄을 하지 않았고 물리력도 절대 행사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당시 국군 방첩사령부 부대원들이 명령을 거부하고 선관위에 진입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받은 제보에 따르면, 방첩사는 지난 3일 100명을 차출해 ▶과천 중앙선관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선거연수원 ▶방송인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 꽃’에 각각 25명을 보냈다.

그러나 제보자는 부대원 100명이 현장에 진입하지 않고 인근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거나 다른 장소에서 대기했다고 주장했다. 여론조사 꽃으로 가라는 지시를 받은 팀은 잠수대교 인근에서 배회하다 계엄이 해제된 뒤 복귀했다고 한다.

국회 국방위는 10일 전체회의를 열고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 이번 계엄에 연루된 군 주요 인사를 상대로 선관위 병력 투입 과정에 대해 질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