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회와 국방부·선관위에 따르면, 계엄군은 비상계엄 선포를 마친 지 2분 만인 지난 3일 오후 10시 31분 선관위 과천청사에 도착했다. 같은 시각 경찰 10명은 청사 정문 출입을 통제했다. 선관위에 진입한 계엄군 10여 명 중 6명은 곧장 2층 정보관리국 통합관제센터로 올라갔다. 통합관제센터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계엄군은 ▶사전투표 명부를 관리하는 통합명부시스템 서버 ▶보안장비가 구축된 컨테이너 C열 서버 ▶통합스토리지(저장장치) 서버를 연달아 촬영했다. 이들은 국방부 직할부대인 국군정보사령부 소속으로 파악됐다.
각종 선거 자료가 보관된 통합관제센터는 그간 극우 유튜버와 보수단체가 부정선거의 증거를 찾을 수 있다고 지목한 곳이다. 앞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많은 국민들이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함에 따라 향후 수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선관위 시스템과 시설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수본은 이날 선관위로부터 CCTV 자료를 받은 뒤 서버를 촬영한 정보사 군인의 신원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수원 선거연수원과 선관위 서울 관악청사에 군·경이 투입된 배경도 규명 대상이다. 선거연수원에는 3일 오후 11시 30분에 경찰 100명, 4일 오전 12시 50분에 군인 130명이 투입됐다. 관악청사에도 군인 47명이 배치됐다. 야권 일각에선 “계엄군이 연수원을 구금 시설 또는 수사본부로 활용하려고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연수원은 1인실 17개, 2인실 80개 규모의 생활관이 있어 다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과천청사와 달리 두 곳은 군·경의 진입 시도가 없었다"며 “연수원은 전산 자료가 없고 기록보존소만 있는데 군·경이 왜 투입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시 국군 방첩사령부 부대원들이 명령을 거부하고 선관위에 진입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받은 제보에 따르면, 방첩사는 지난 3일 100명을 차출해 ▶과천 중앙선관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선거연수원 ▶방송인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 꽃’에 각각 25명을 보냈다.
그러나 제보자는 부대원 100명이 현장에 진입하지 않고 인근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거나 다른 장소에서 대기했다고 주장했다. 여론조사 꽃으로 가라는 지시를 받은 팀은 잠수대교 인근에서 배회하다 계엄이 해제된 뒤 복귀했다고 한다.
국회 국방위는 10일 전체회의를 열고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 이번 계엄에 연루된 군 주요 인사를 상대로 선관위 병력 투입 과정에 대해 질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