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새 배터리 점유율 31→20%로 뚝…캐즘에 치이고 중국에 밀리고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시장 점유율이 3년새 1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지속하고 있는 데다 중국의 공세에 밀린 영향이다.  

지난 6월 부산에서 열린 '2024 부산모빌리티쇼’에서 공개된 4695 원통형 배터리를 장착한 4륜구동 완성차 모형. 중앙포토

지난 6월 부산에서 열린 '2024 부산모빌리티쇼’에서 공개된 4695 원통형 배터리를 장착한 4륜구동 완성차 모형. 중앙포토

9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10월 말 기준)에서 국내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20.2%로, 지난해 같은 시점 대비 3.5%포인트 하락했다. 2021년 같은 기간 점유율은(31.7%)에 비하면 11.5%포인트나 떨어졌다.

가장 큰 영향은 전기차 캐즘으로 인한 수요 정체다. 미국 리서치업체인 가트너는 올해 전기차 판매량을 1100만대로 예상했다. 2021년 470만대에서 2022년 900만대로 확 늘었지만,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다. 여기에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2기가 시작되면 수요가 더 줄어들 전망이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 내연기관차 활성에 힘을 실으며 전기차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비판해왔다. 최근 트럼프 정권인수팀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최대 7500달러인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를 논의하고 신차와 경트럭의 연비 요건을 낮출 계획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중국의 가격‧기술 공세에 밀리고 있는 영향도 크다. 지난 3년새 국내 배터리3사의 전기차 점유율이 급락하는 사이 중국 배터리 2사(CATL‧BYD)의 점유율은 2021년 39.7%에서 올해 53.6%로 급등했다. 중국은 정부의 강력한 보조금 지원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 기술개발 속도도 빠르다. 


삼성SDI의 P6 각형 배터리 이미지. 연합뉴스

삼성SDI의 P6 각형 배터리 이미지. 연합뉴스

최근엔 전기차 화재로 배터리 안전 문제가 부각되면서 중국의 주력 제품인 각형 배터리 수요도 늘고 있다. 각형 배터리는 알루미늄 캔에 셀을 넣는 방식으로 만들어 외부 충격에 강하고 내구성이 좋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각형 배터리를 개발하고 향후 GM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SK온도 개발을 마치고 양산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지만, 후발주자인 만큼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보다 가격이 저렴해 보급형 전기차에 적합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도 중국이 앞서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그간 NCM 배터리 개발에 주력해 왔다. SEN리서치는 "가격 경쟁력과 열 안전성이 높은 LFP가 NCM을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중국의 시장 점유율이 급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막강한 보조금이 제품 단가 하락과 빠른 기술 개발로 직결된다”며 “보다 빠른 신기술 확보 외에는 답이 안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