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이 한국의 비상계엄과 해제, 이후 수습 과정을 '서울 드라마'라고 부르며 "민주주의 승리"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다른 권위주의 지도자는 윤석열 대통령보다 더 준비돼 계엄이 성공했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드러냈다.
AP는 8일(현지시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6시간 만에 끝난 것을 두고 "어렵게 쟁취한 민주주의 승리였고 견제와 균형 원리의 승리였다"고 평가했다. 미국 건국의 주역들이 강조했던 것처럼 한국 국회의원 190명이 계엄 3시간 만에 해제 의결을 이끌어낸 것은 삼권 분립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태가 전 세계 민주주의가 직면한 위협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AP는 "서울에서 드라마가 펼쳐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의 발판이 흔들렸다"고 했다. 더 철저히 준비한 지도자였다면 비민주적 권력 장악이 성공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AP는 군대를 이용해 국회를 멈추려 한 윤 대통령의 시도가 '친위 쿠데타'에 해당한다면서 세계적으로 친위 쿠데타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카네기멜런대·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에 따르면, 1945년부터 지금까지 일어난 46차례 친위 쿠데타 중 10번이 최근 10년 사이 발생했다. 친위 쿠데타의 성공률도 약 80%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집권한 뒤 비슷한 일을 걱정하는 이들이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해 생방송에서 권력 남용이나 대통령직을 이용해 보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달라는 질문에 "첫날만 빼고"라고 답한 일을 소개하며 미국처럼 양극화된 사회에선 민주주의 위협에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AP는 "미국 일각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며 "트럼프는 민주주의의 기둥을 흔들겠다고 공언했고, 어떤 규범이나 법, 심지어 헌법까지도 파괴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