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에 여자 많더라, 남자들 나와라" 철학과 교수 발언 파장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을 맡고 있다. 유튜브 매불쇼 캡처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을 맡고 있다. 유튜브 매불쇼 캡처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전국에서 일어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를 놓고 한 대학 교수가 "2030 남성에게 알려주고 싶은 정보가 있다. 여자 분들이 집회에 많이 나온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을 맡고 있는 해당 교수는 "사과드린다"면서도 "사르카즘('풍자'를 뜻하는 프랑스어)"이라고 해명했다가 또 한번 고개를 숙였다.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는 지난 8일 팟캐스트 방송 '매불쇼'에 출연해 "20대, 30대 남성들한테 정보를 알려주려고 한다. 여자 분들이 많이 나온대"라며 웃었다. 진행자가 "철학과 교수님"이라고 제지했지만 박 교수는 "얼마나 철학적이에요"라고 했다. 

이 발언 이후 성별을 가리지 않고 비판이 일었다. 온라인상에선 "이 상황에서도 남녀 갈라치기를 하고 싶나"부터 "여성을 미끼 취급하는 것과 동시에 남성을 여자 보려고 집회 참가하는 걸로 취급했다"는 등 박 교수의 인식 수준에 분노하는 글이 올라왔다.

직접 집회에 참가했다는 한 네티즌은 "보수, 진보를 떠나 젠더 인식이 아직도 이런 저급한 수준이라니. 진보라고 주장하는 분이 이따위 말을 농담이라고 하냐. 방송이지만 여기가 술자리 농담 따먹기 자리냐"고 했다.

박 교수가 남긴 해명. 풍자를 뜻하는 프랑스어 '사르카즘'이었다고 밝혔다. 유튜브 캡처

박 교수가 남긴 해명. 풍자를 뜻하는 프랑스어 '사르카즘'이었다고 밝혔다. 유튜브 캡처

이에 박 교수는 유튜브 영상 댓글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2030 남성들이 집회 현장에 보이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깨어있는 여성들을 쫓아서라도 시위 현장에 나타나길 바란다는 내용의 사르카즘(Sarcasme)을 던진 것이었는데 상처를 드렸다"며서 "시위를 축제의 장으로 바꿔주신 용기 있는 여성분들께 응원과 지지를 보낸다"고 밝혔다.


하지만 '풍자'를 주장한 해명이 또 문제가 됐다. 댓글에는 "사르카즘 같은 헛소리 하지 말라. 사과하기 싫어서 기싸움 하나"며 박 교수 태도를 문제 삼는 비판이 이어졌다. 탄핵을 향한 동력이 절실한 민주당 내부에서도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한다.

9일 박 교수는 김어준씨 방송에 나와 재차 사과했다. 그는 "제가 좀 사고를 쳤다"면서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해서 실수했고 사과를 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어준씨가 "욕 좀 드셨구만? 왜 여기 와서 사과를 하시나"라고 말했고, 박 교수는 웃음을 보였다.

박 교수는 전주고와 전남대를 졸업하고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4년 전남대 교수로 채용된 이후 5·18 기념재단 기획위원장 등을 거쳤다. 지난 2022년엔 민주당 호남 몫 지명직 최고위원에 지명됐지만 국립대 교수로서 특정 정당의 지도부를 맡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에 하루 만에 사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