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V토크] 차영석 합류로 차돌처럼 강해진 KB 중앙

남자배구 KB손해보험 미들블로커 차영석. 수원=김효경 기자

남자배구 KB손해보험 미들블로커 차영석. 수원=김효경 기자

역시 잘 데려왔다. 작지만 강한 미들블로커 차영석(30)가 합류한 KB손해보험이 탄탄한 중앙을 만들었다.

지난해 KB손해보험은 중앙이 약했다. 한국민이 고군분투했지만, 미들블로커진도 7개 구단 중 가장 약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속공 성공횟수는 세트당 1.89개서 2.16개로 올라갔고, 블로킹도 1.905개에서 2.333개로 늘어났다.

새롭게 영입된 베테랑 박상하와 차영석 덕분이다. 신인 이준영도 타점 높은 서브를 선보이며 힘을 실었다. 특히 프로 데뷔 후 처음 팀을 옮긴 차영석은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속공 7위, 블로킹 7위에 공격성공률도 57.1%로 훌륭하다.

KB손해보험 연습체육관이 있는 수원 인재니움에서 만난 차영석은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 팀에서 필요로 하니까 온 거라고 생각했다"며 "배구선수니까 배구를 하면 되고, 하고 싶은 플레이를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남자배구 KB손해보험 미들블로커 차영석. 사진 한국배구연맹

남자배구 KB손해보험 미들블로커 차영석. 사진 한국배구연맹

 
지난 오프시즌 차영석은 많은 구단으로부터 주목받았다. 데뷔 첫 FA 계약을 원소속팀 현대캐피탈과 맺었지만, OK저축은행으로 트레이드됐다. 그러나 트레이드 상대인 곽명우가 자격 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현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컵대회를 마친 뒤엔 KB손해보험 세터 황승빈과 트레이드돼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차영석은 "한 번 이적 소식을 듣고 나서 그런지 무덤덤했다. 팀에서 나를 믿어주는 것 같다"고 했다. 사실 KB손보는 OK저축은행에 앞서 트레이드를 한 차례 맞춰보기도 했었고, 우여곡절 끝에 차영석을 데려왔다. 차영석은 "그 이야기도 알고 있었다. 결국에 오게 되려고 그랬나 보다"라고 웃으며 "팀에 아는 선수들이 많다. 한국민, 나경복, 정동근, (박)상하 형까지 있다"고 했다.

이적생이지만 그는 활발하게 동료들과 소통하고 있다. 차영석은 "시스템적인 면은 어느 팀이나 비슷해서 큰 문제는 없다. 감독 대행체제도 경험을 해봤다. 현대캐피탈에서도 블로킹 부분에선 리드를 많이 했다"고 했다. 이어 "다만 팀원들을 이끄는 건 아직 어렵다. 그래도 선배들을 보면서 보고 배운 걸 나만의 스타일로 하고 있다. 경기장 밖에선 후배들과 장난도 치고 편하게 지낸다"고 했다.

차영석의 또다른 강점은 서브다. 플로터 서브 외에도 점프 서브를 구사할 수 있다. 현대캐피탈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선배이자 롤모델인 신영석을 보며 갈고 닦았다. 차영석은 "올 시즌 초반엔 스파이크 서브를 넣지 않았는데 점점 자신이 생겼다. 상황에 맞게 쓸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남자배구 KB손해보험 미들블로커 차영석. 사진 한국배구연맹

남자배구 KB손해보험 미들블로커 차영석. 사진 한국배구연맹

 
차영석의 키는 1m93㎝다. 국내에서도 미들블로커로서는 단신이다. 하지만 그는 기술적인 움직임으로 다채로운 공격을 펼친다. 차영석은 "요즘엔 유럽 리그 영상을 보면서 내가 해온 것들에 적용해 본다. 이탈리아 페루자의 로베르토 루소 영상을 참조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여름 차영석은 국가대표팀에 소집됐다. 유니버시아드 이후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성인 대표팀은 최초다. 대표팀이 세대교체중이라 최선참 역할까지 했다. 차영석은 "외국에서 경기를 해 두려운 것도 사실이었다. '내가 얼마나 할 수 있을까' '키가 작은데'라는 생각도 했는데 막상 가보니 해볼만 했다"며 "사실 많이 쉰 상태로 갔는데도 하다 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당시 상무 소속이었던 세터) 황택의와도 잘 맞춰봤다"고 했다.

지난 시즌 최하위에 머무른 KB손해보험은 9일 현재 6위다. 그러나 나경복과 황택의가 군복무를 마친 뒤엔 상승세를 타고 있다. 1라운드엔 개막 5연패를 당하는 등 1승에 그쳤지만, 2라운드는 3승 3패를 거뒀다. 중위권 싸움이 치열해 봄 배구 가능성도 충분하다. 3위 우리카드와는 불과 승점 5점 차다.

차영석에게도 포스트시즌은 간절한 무대다. 2017~18시즌 주전으로 나서면서 4경기에 뛰었지만, 정작 우승을 차지한 18~19시즌엔 거의 코트를 밟지 못해서다. 차영석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는데도 17~18시즌 챔프전 때 정말 못 했다. '내가 왜 그랬을까'란 생각으로 하루 종일 운동해서 '몸 좀 챙기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그리고 나서 다음 시즌에 정말 다쳤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래서 이번 시즌엔 포스트시즌에 가겠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차영석은 "항상 챔프전에 가고, 우승하는 게 목표다. 하지만 이제는 나도 예전보다 나이가 들었다. 욕심부리면 다치다 보니 꾸준하게 기복 없이 하는 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낀다. 그러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