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내부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국가수사본부(국수본)를 향해 “뭘 하고 있나”며 질타의 목소리가 나왔다. 내란죄의 수사 주체임을 강조하며 대규모 ‘특별수사단’을 구성했으면서도 검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비해 한 발씩 뒤처지고 있다는 불만에서다.
서울경찰청 112 치안종합상황실 소속 강일구 총경은 10일 오전 8시 경찰 내부망에 우종수 국수본부장을 향해서 “이 시급하고 중대한 시기에 도대체 뭘 망설이고 왜 주저하느냐”며 글을 올렸다. 강 총경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 접대 의혹 및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허위 경력 의혹 등 여러 굵직한 사건을 담당한 경찰 내 수사 베테랑으로 꼽힌다.
강 총경은 “영장청구권이 없다는 핑계나 대면서 이런 식으로 뭉기적 수사할 것이었으면 허울뿐인 수사 주체 운운 말고 검찰의 합동수사 제안을 받았어야 마땅하다”며 “비상시기의 특수하고 중대한 사건을 왜 일상적인 형사사건을 다루듯 수사하나”라고 지적했다.
강 총경은 국수본이 윤 대통령의 신병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검찰에 수사 주도권을 사실상 빼앗긴 지금 말뿐인 수사 주체가 아니라 진정한 수사 주체가 되기 위해서”란 이유에서다. 강 총경은 “검찰 때문에 영장이 어렵다면 긴급체포를 할 수도 있다”며 “윤 대통령의 신병까지 검찰에 내준다면 국수본은 그야말로 닭 쫓던 뭐가 되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기서 더 머뭇거린다면 국수본은 수사권이 있음에도 주춤주춤하다 결국 아무것도 못 한 바보가 될 것”이라며 “기어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조직이 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강 총경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수사기관이 해야 할 일은 경쟁이 아닌, 수사 신뢰성과 공정성을 위해서 다 같이 힘을 합쳐야 하는 것”이라며 “누구 하나 대승적인 차원에서 결정하지 않고, 왜 저러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치권 및 경찰 안팎에선 윤 대통령 내란죄란 한 사건에 대해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세 수사기관(검찰‧공수처) 중 경찰이 가장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수본은 수사에 인력 150명을 투입하고, “내란죄의 수사 주체로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9일 브리핑, 우종수 국수본부장)”고 강조하고 있지만, 핵심 피의자인 김 전 장관의 신병 확보나 윤 대통령 출국금지 조치 등 수사 주요 변곡점마다 검찰과 공수처에 비해 한 발 늦었다.
전날 국수본을 현장 점검 차 방문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야3당(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기본소득당) 소속 위원들과 우종수 본부장과의 만남에서도 이러한 질책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우 본부장은 헌법 12조3항 및 16조에 명시된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으로 인해 경찰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우 본부장이 공수처와의 합동수사본부 가능성을 언급한 배경이다.
경찰이 조지호 경찰청장 등 지휘부를 수사하는 ‘셀프 수사’ 우려도 수사의 한계점으로 지목된다. 박안수 당시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등 현직 군인이 계엄 사태에 연루된 가운데 군인 신분 피의자에 대한 재판 관할이 군사법원인 만큼 경찰은 수사를 진행할 수 있을지언정 군(軍) 검찰로 사건을 보내야 하는 난점도 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검찰이 제안한 ‘검‧경‧공’ 세 수사기관의 계엄 사태 수사 협의에 응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협의 안건 등을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