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동안 아들을 찾아다녔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야 한다. 아들을 찾아야 한다.”
9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북부에 위치한 세드나야 교도소에서 필사적으로 서류 더미를 뒤지던 라나 안키르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렇게 호소했다. 2011년 16세였던 아들 라에드가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에 반대하는 민중 봉기 당시 실종된 후 세드나야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데만 6년이 걸렸다. 그러나 FT는 “교도소에 온 대다수 사람처럼 그녀도 라에드를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2011년 시리아 내전 이후 아사드 정권이 3만 명 이상을 살해한 곳으로 추정되는 세드나야 교도소가 이날 공개됐다. 전날 밤 반군이 이곳에서 수감자들을 석방하기 시작하면서다. 시리아인권네트워크에 따르면 아사드 정권은 13만 명 이상을 체포·구금했고, 여러 교도소 중에서도 세드나야는 ‘인간 도살장’으로 불릴 정도로 고문과 살해로 악명 높았다.
“수감자, 24년 전 하페즈 알아사드 죽음 몰라”
곳곳에선 플라스틱병에 담긴 소변 냄새가 났다. 구석엔 흠뻑 젖은 담요가 쌓여 있었다. 감방 벽에는 누군가가 “나를 데려가세요”라고 적었다.
반군은 처형된 죄수의 유해를 분쇄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철제 프레스도 발견했다. 가디언은 “(감옥) 중앙에 있는 철창으로 둘러싸인 나선형 계단 너머에는 대형 금고문이 있고, 그 문을 통해 시설의 세 개 동이 있다. 반군에 따르면 각 동은 다른 형태의 고문에 특화됐다. 외부로 통하는 창문은 없다”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겨울 추위에 맨발인 죄수들이 석방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퍼졌다. 반군은 “전날 밤 석방된 수감자 중 일부는 바샤르의 아버지인 전 독재자 하페즈 알 아사드가 24년 전에 사망한 사실조차 몰랐다”고 FT에 말했다. 한 수감자는 “지금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 가족이 어디에 사는지 기억하지 못한다”고 반군에게 말했다. 어떤 수감자는 자기 이름을 잊어버렸다고 했다.
지하 감옥 ‘레드 윙’ 실재할까
이제 이곳에선 수천 명이 사라진 가족의 행방에 대한 단서를 찾고 있다. 아흐메드 압델 와하브 알 쿠르디는 더타임스에 “20세이던 동생이 감옥에 갇힌 지 10년이 넘었다. 어머니는 돌아가실 때까지 동생을 생각하며 울었다”고 말했다.
숨겨진 별도의 지하 감옥 ‘레드 윙’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아마드 알-슈나인은 가디언에 “우리 가족 중 세 명이 실종됐다. 그들은 지하 4층이 있고 안에서 사람들이 질식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우리는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전했다. 이들은 수감자들이 굶주리고 공기 부족으로 질식할 것이라는 두려움 속에서 숨겨진 감옥을 찾으려 애쓰고 있다. 실제 반군은 이 감옥을 찾기 위해 60개의 구멍을 팠다고 밝혔다.
인근 마을의 한 주민은 “반군이 도착하기 전인 7일 오후 헬리콥터가 교도소에 도착했다”며 “정권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비병과 일부 수감자들을 데려갔을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에 말했다.
아사드 저택엔 고가 자동차 즐비
한 영상엔 차고에 람보르기니, 페라리, 애스턴 마틴, 렉서스 등 고가 자동차가 즐비한 모습이 보인다. 붉은 카펫과 대리석 바닥, 디올 가방 등 고가 잡화·의류 옷장을 담은 영상도 있다. 한 코미디언이 아사드 저택에서 약 6600만원 상당의 루이비통 가방을 끌고 다니는 모습도 담겼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어떤 이는 하페즈 알아사드의 초상화를 바닥에 내동댕이치기도 했다.
미국 국무부는 2022년 의회 보고서에서 아사드 가문의 순자산을 최대 16억 파운드(약 2조9000억원)로 추산했다. 2022년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시리아 인구의 거의 70%에 해당하는 1450만 명이 빈곤 속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