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가 지난 6일(현지시각) 스톡홀름 스웨덴 아카데미(스웨덴 한림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소설가 한강(54)이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는 것을 기념해 광주·전남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축하 행사가 열린다.
광주광역시는 10일 “스웨덴에서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에 맞춰 이날 오후 8시부터 이튿날 오전 1시까지 광주시청 1층 시민홀에서 축하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한강 작가는 이날 자정(한국시각)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는다.
2016년 광주비엔날레 포럼에 참여해 발언하는 한강 작가. 뉴스1
‘광주에서 온 편지’를 주제로 열리는 행사는 소설 『소년이 온다』 속 주인공 ‘동호’가 인공지능(AI)으로 복원된 퍼포먼스와 축하편지·공연 등으로 진행된다. 축하행사가 열리는 광주시청 앞에는 『소년이 온다』 표지를 형상화한 조형물과 한강 작가, 노벨평화상을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 등 포토존이 설치됐다.
축하행사는 신형철 서울대 교수의 ‘한강의 작품세계’ 강연과 시민이 편지를 쓰는 사전행사로 시작된다. 광주시민 300여명은 이날 축하 손편지를 쓴 뒤 책으로 엮어 한강 작가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10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 노벨상 수상자 전시 공간에서 시민이 전시된 한강 작가의 초상화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본행사에서는 문학단체 시낭송과 ‘소년이 온다’ 시극, 재즈사운드 뮤직그룹 ‘솔뮤직컴퍼니’의 ‘한강 작가’ 공연이 열린다. 노벨상 시상식이 시작되는 자정부터는 ‘광주의 밤’ 영상 상영과 시민 토크 등이 진행된다. ‘광주의 밤’은 『소년이 온다』 배경이 된 80년 5월 계엄령 선포 이후 5·18민주화운동 상황을 담은 영상이다.
앞서 한강 작가는 지난 6일(현지시각)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을 통해 ‘광주의 밤’과 함께 5·18 참상을 알린 ‘광주 사진첩’을 소개했다. 그는 “(5·18 당시) 쿠데타를 일으킨 신군부에 저항하다 곤봉과 총검·총격에 살해된 시민과 학생 사진, 총상자에게 피를 나눠주기 위해 대학병원 앞에서 끝없이 줄을 서 있는 사람들 사진을 (‘광주 사진첩’을 통해) 봤다”고 했다.
한강 작가가 지난 6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스웨덴 아카데미(스웨덴 한림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는 또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대해선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2024년 겨울의 상황이 다른 점은 모든 상황이 생중계돼서 모두가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바라건대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방식으로 통제하는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강 작가의 부친 한승원(86) 작가 고향인 전남 장흥군 등에서도 축하행사가 열린다. 장흥군은 이날 스웨덴에 김성 장흥군수를 비롯한 축하사절단을 파견해 스웨덴 한인회와 함께 현지 축하행사를 진행한다.
노벨상 시상식을 앞둔 지난 8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장흥에서는 한승원 작가 작업실인 ‘해산토굴’이 있는 율산마을에서 축하행사가 열린다. 한강 작가는 어린 시절 장흥에 내려가 농사와 김 양식 일을 도우며 시골 정서를 경험했다고 회상했다. 전남도립도서관을 포함한 전남지역 75개 공공도서관에서는 시상식 당일인 10일부터 오는 31일까지 ‘도서연체 특별 해제’ 행사도 진행된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광주는 한강 작가와 김대중 전 대통령 덕분에 ‘노벨상 도시’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됐다”며 “시민과 함께할 축하행사는 5·18과 광주를 세계에 알린 한강 작가에 고마움을 전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황희규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