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에 따르면 트럼프 인수팀은 부모의 법적 체류 상태와 무관하게 미국 출생자에게 자동으로 주는 시민권(출생 시민권)을 축소하기 위해 여러 버전의 행정명령을 준비 중이다. 단, 이런 행정명령이 시행될 경우 소송이 제기되는 등 법적 논란을 불러올 우려가 있어 제한 범위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출범할 트럼프 정부는 태어날 자녀의 미국 시민권을 얻기 위해 임신부가 미국으로 여행 가는 것을 막는 조처를 할 것으로 보인다. 관광비자의 자격 기준도 강화될 전망이다. 현행 미국 관광비자는 보통 10년 기한으로 발급되며 한번 입국 시 최장 6개월간 체류할 수 있다.
캐롤라인 래빗 정권 인수팀 대변인은 WSJ에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권력 수단을 동원해 공약을 이행하고, 망가진 이민 시스템을 단번에 고칠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출생 시민권이 19세기에 노예 출신들에게 시민권을 주기 위한 취지의 수정헌법 14조를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수정헌법 14조는 미국에서 출생하거나 귀화한 사람, 행정관할권 내에 있는 모든 사람을 미국 시민으로 규정한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싱크탱크 '미국을 새롭게 하는 센터'의 수석연구원 켄 쿠치넬리는 WSJ에 "아이가 태어났을 때 우연히 미국에 있었다는 이유로 그 아이가 미국 시민이 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고 주장했다.
출산관광 비용 수천만원
트럼프 측은 중국·한국 등의 '출산 관광'(birth tourism)에 비판적이다. 특히 최근 수년간 중국 업체들이 출산 관광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광고해 논란이 됐다고 WSJ이 전했다. 앞서 트럼프 집권 1기였던 2020년 관광·출장 비자인 B1과 B2의 심사 규정이 강화된 적이 있다. 당시 한국은 비자면제협정에 따라 90일간 무비자(ESTA)로 미국에 머물 수 있어 제재에서 비껴갔다.
하지만 이번에 한층 강력한 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비자 정책이 강화되면 항공사들이 임신부의 미국행 항공편 탑승을 거부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현지에 도착해 입국이 거부될 경우 항공사가 승객을 다시 데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미국 영토에서 출산하는 게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출입국 당국은 방문객이 여행 목적에 대해 거짓말을 할 경우 입국을 거절할 수 있다.
WSJ "헌법 개정 쉽지 않아"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8일 방영된 NBC 인터뷰에서 출생 시민권 폐지 계획이 여전한지 묻자 "그렇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대통령이 되면 행정명령을 통해 출생시민권 제도를 폐지하고 미국 시민권을 목적으로 한 '원정 출산'을 금지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대통령 권한인 행정명령만으로 출생시민권 제도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헌법학자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나온다고 WSJ은 지적했다.
이 제도를 바꾸려면 행정명령이 아닌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헌법 조항의 개정은 미국에서 대단히 드물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가장 최근 헌법을 개정한 건 지난 1992년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는 8일 인터뷰에서 행정명령이 헌법을 우선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우리는 그것을 바꿔야 할 것"이라 말했다. 반면 미국 이민연구센터(Center for Immigration Studies)의 마크 크리코리안 소장은 WSJ에 "(친트럼프 성향의) 보수 우위 대법원임에도 불구하고 헌법 개정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