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슨 위원장은 스톡홀름대에서 문학 교수를 지낸 문학평론가로 2019년부터 노벨문학상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 언론과의 대면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스톡홀름에서 한강과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7일 강연이 끝난 후 함께 저녁을 먹었다. 이날 그의 강연은 무척 아름다웠다. 그는 강연에서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 라는 질문을 오랜 시간 품어왔다고 밝혔다. 나는 한강을 만나 그 질문에 깊이 공감했으며, 그의 강연 역시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르면 노벨문학상은 ‘이상주의적 방향’을 가진 작가에게 수여된다. 이 기준에 비추어 한강의 작품을 평가한다면.
노벨의 유언은 현재의 스웨덴 한림원이 추구하는 방식은 아니다. 20세기 초, 노벨상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이상'은 칸트의 철학적 이상주의 또는 보수적 도덕주의를 의미했다. 시간이 지나며 노벨상은 현대 문학에 더 가까워졌다.
현대 문학은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문학적 '이상'은 오직 하나, 문학성이다. 한림원이 평가하는 것 역시 문학적 성취의 수준이다. "한강은 이념적인 작가"라고 주장하는 항의성 이메일을 한국에서 받은 적이 있다. 답하자면, 이념은 우리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윤리나 이념, 도덕의 잣대로 문학을 평가하지 않는다.
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을 소개해달라.
올해 초 전 세계 교수,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자, 문화계 관계자로부터 220명의 후보를 추천받았다. 4월에는 그 숫자가 20명으로, 5월에는 5명으로 추려졌다. 5월부터 9월까지 한림원 회원들이 최종 후보 5인의 책을 읽었다. 스웨덴어 번역본뿐 아니라 영어·독어 등 여러 번역본을 검토했다. 10월 최종 결정이 이루어지기 전 단계에서는, 언제나처럼 매우 격렬한 토론이 있었다.
한강의 수상을 반대하는 의견으로는 어떤 것이 있었나.
기밀 유지 서약에 따라 말할 수 없다.
가장 좋아하는 한강의 작품은.
『작별하지 않는다』를 좋아한다. 비극적인 4·3사건을 소재로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애도와 우정에 관한 책이다. 시적이고 서정적인 문체와 인간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는 한강의 주제 의식이 잘 어우러져 있어 깊은 감명을 받았다.
베스트셀러 작가는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없다는 통념이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에게 상을 줄 수도 있다. 심지어 밥 딜런도 상을 받지 않았나. 중요한 건 작품성이다. 대중적인 작품이 작품성까지 갖췄다면 당연히 상을 받을 수 있다. 독자 수는 판단 기준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의 수상자 리스트를 보면, '대륙 안배'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문학을 발굴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다. 이런 노력이 노벨상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021년 탄자니아 출신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가 노벨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주목받는 작가가 아니었지만 우리는 그의 문학성을 높게 평가했다. 2020년 상을 받은 미국 시인 루이스 글릭 역시 노벨상을 받기 전까지 다른 언어로 번역된 책이 거의 없었다. 나는 노벨상이 이런 작가들을 발굴했다고 생각한다.
노벨문학상의 비전에 대해 말해달라.
한강은 노벨문학상 수상자 중 젊은 편이고 이는 놀라운 일이다. 노벨상은 동시대의 작가, 젊은 작가에게도 영감이 되는 상이어야 한다. 이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중요한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