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의 불은 '중동 질서 파괴자'인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의 준동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아사드 정권의 몰락으로) IS가 시리아에서 재건하는 것을 막겠다”고 밝혔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역시 “IS가 현 상황을 이용하려 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3년 이라크에서 설립된 IS는 2014년 시리아와 이라크에 국가 수립을 선언할 만큼 세력을 확장했다가, 2019년 미국이 이끄는 연합군에 축출됐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가자전쟁이 발발하고, 이란과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이 군사적으로 개입하면서 중동이 혼란해진 틈을 타 다시 세력을 키우는 상황이다.
다만 미국이 직접 IS 공격에 나설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이와 관련, 9일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시리아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개입을 하려면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스라엘의 움직임은 더 분주하다. 이스라엘은 골란고원 동쪽에 설정된 시리아와의 완충지에 전차 등을 진입시켜 장악했다. 원래 시리아 땅인 골란고원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통해 이스라엘이 장악 중이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이스라엘 영토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유엔은 1974년 이스라엘과 시리아 간 휴전협정에 따라 이 지역에 완충지대를 설정하고 유엔휴전감시군을 주둔시켜왔다.
로이터는 10일 중동 내 안보 소식통들과 시리아 소식통 1명을 인용해 “이스라엘 군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25㎞ 떨어진 카나타 지역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카나타는 완충지대에서 시리아 방향으로 10㎞ 가량 들어간 곳이다. 이스라엘군은 이 보도에 답변을 거부했다고 한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완충지대 침범에 대해 “안보적 이유로 제한적이고 임시적인 조치를 한 것 뿐”이라고 하지만, 국제사회에선 이 기회에 골란고원 전체를 이스라엘 영토로 만들려는 의도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골란고원은 영원히 이스라엘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유엔은 이스라엘의 행동이 합의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이란 외교부도 “시리아 영토에 대한 시온주의 체제(이스라엘)의 군사적 침공을 규탄한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스라엘의 조치가 영구적인 게 아니라는 점을 이해한다”며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유럽선 시리아 난민 심사 중단
시리아 내전이 격화하면서 지금까지 유럽에 수백만 명 가량의 시리아인이 유입됐다. 그중 시리아 내전이 격화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유럽연합(EU) 내에서 난민 자격을 받은 시리아인은 130만 명 정도다.
이 때문에 그간 유럽 내에선 시리아 난민 유입에 따른 치안 불안과 실업 등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극우 정당 지지율이 오르는 등 각국 정치 지형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리아 난민 문제가 해소되면 그만큼 유럽 주요국의 정치적 부담도 덜게 된다는 의미다.
북 외화벌이 창구였던 아사드 정권 붕괴
무너진 아사드 정권의 모하메드 알잘랄리 총리는 반군 측으로의 권력 이양에 동의하며 관련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과거 알카에다 연계 조직으로 출범했던 반군의 주축 세력인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 역시 여성의 히잡 강제 착용을 금지하는 등 대외적으로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서방에선 HTS에 대해 “조심해야 한다”(데이비드 라미 영국 외교장관)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