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은 잘못" 고교생도 시국선언…대학교수는 출석·시험 없앴다

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를 막는 청소년 시국선언' 참가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를 막는 청소년 시국선언' 참가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상계엄 사태를 비판하는 학생들의 집단행동이 대학가에 이어 고등학교로 번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모교인 서울 충암고 학생회도 10일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행위”라는 성명을 냈다.

충암고 “시민 분노에 공감…재학생과 관련 없다”

 
이날 오전 충암고 학생회는 공식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입장문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는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린 잘못된 행위였다. 시민의 분노에 백번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재학생들이 비난과 조롱을 받는 일을 두고는 “특혜를 기대하며 졸업생과 접촉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학생들이 안전하게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2021년 당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모교인 서울 충암고등학교를 방문해 후배인 야구부원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당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모교인 서울 충암고등학교를 방문해 후배인 야구부원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여진수 충암고 학생회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기말고사 기간에도 피해를 겪는 학생들을 보면서 (학생회가) 공식 입장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주말부터 입장문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윤찬 충암고 교장은 전날 국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해 “교명을 ‘계엄고’로 바꾸라는 조롱을 아이들이 받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잇따른 고교생 시국선언 “역사 속 학생운동 본받아”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의사 표현은 전국 고교에서 속속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일 경남도교육청에서 ‘윤석열 탄핵’ 기자회견을 연 경남 간디고 학생들을 시작으로, 인천여고와 송곡여고 학생회 등이 시국선언문을 냈다. “민주 시민으로, 학교 자치를 이끄는 총학생회 일원으로 세태를 두고만 볼 수 없다”(송곡여고)고 했다.

개인적으로 시국선언문을 작성해 주변의 지지를 구한 고교생도 있다. 서울 청원여고 3학년 김경민양은 선·후배 등 170여 명에게 온라인 동의를 받은 시국선언문을 오는 11일 SNS 등에 올릴 계획이다. 김양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한국의 역사 속에 여러 학생 운동이 있었듯이 정치 참여에 나이를 따질 필요는 없다. 민주주의에 목소리 내는 것은 매우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북에선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경북 영천청도)의 지역 사무실에 한 고교생이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쪽지를 붙였다가 경찰이 지문 조회로 신원을 특정하는 일도 있었다.

대학가는 연일 시국선언…전국 대학생 연합까지

지난 2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정경대 후문 게시판에 학생들이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 뉴스1

지난 2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정경대 후문 게시판에 학생들이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 뉴스1

이날도 대학가에선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전국 30여 개 대학 학생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퇴진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고려대·성균관대·한양대와 강원대·경북대·부산대 등 학생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대학생들의 힘을 한데 모아 윤 대통령의 퇴진을 더 큰 울림으로 촉구한다”고 했다. 

비상계엄을 해제한 지난 4일 고려대를 시작으로 서울대·연세대·KAIST 등 전국 대학생과 교수의 비판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9일 한국외국어대학에선 17개 언어로 시국선언문이 나왔고, 서울대 교수·연구자는 오는 12일 3차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기로 했다. 

출석·시험 없앤 교수들 “사회에 책임 다하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안 표결일인 지난 7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대학생 시국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안 표결일인 지난 7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대학생 시국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뉴스1

수업에서 출석을 확인하지 않거나 기말시험을 취소한 교수들도 화제다. 숙명여대 철학개론 수업을 맡은 A교수는 수업 중간에 나와 시국선언에 참여하겠다는 학생의 문의 메일에 “강의실에 한 명도 없더라도 출석을 부를 생각은 없다”며 “고등교육의 목적은 사회에 책임을 다하는 지성인의 배출”이라고 답장을 보냈다.

서울대 교육사회 수업 B교수는 지난 9일로 예정돼 있던 기말시험을 취소했다. “일상의 평화가 위태로워진 시기에 (학생들이) 책상 앞에 앉아 정해진 답안을 작성하고 있는 장면은 떠올릴수록 괴이하게 느껴진다”며 “세상에 대한 관심을 애써 돌려 시험 준비에 더 많은 공을 쏟는 학생이 더 높은 성적을 얻는 구조가 오히려 불공정하다”고 공지했다. 평가는 보고서로 대체했다.

다만 일각서는 “정치 참여를 강요 말라”거나 “시험 취소는 열심히 공부한 학생에게 불이익”이라는 반발도 일었다. 또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는 지난 8일 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20·30대 남성들을 향해 “(집회에) 젊은 여자들이 많다”고 말했다가 논란이 일자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