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쥔 시민들, '서울의 겨울'은 '서울의 봄'과 달랐다 [김대근이 소리내다]

지난 3일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표 이후 군이 국회의사당 진입을 시도하자 보좌진과 시민이 이를 막아섰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지난 3일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표 이후 군이 국회의사당 진입을 시도하자 보좌진과 시민이 이를 막아섰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30분 대통령의 긴급 담화와 비상계엄 발표. 한 시간 후 계엄사령부의 포고령 공포, 거의 같은 시간 군과 경찰의 국회 진입 및 의원들의 국회 출입 저지를 통한 국회 봉쇄. 다음날 오전 0시 29분 국회 본회의 개의 및 오전 1시 국회 본회의 재석 190인 전원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가결 선포. 오전 4시 20분 대통령의 계엄 해제 선언.

 이른 잠을 청했던 사람이라면 꿈도 꾸지 못할 사건이다. 이를 ‘2024년 서울의 겨울’이라고 부르겠다. 국회로 진입하는 무장한 계엄군, 시민들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군 헬기, 그리고 살벌한 계엄사의 포고령은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어서 마치 영화 ’서울의 봄’의 한 장면 같았다. 영화는 군부의 하나회가 중심이 된 1979년 12월 12일의 군사 반란을 모티브로 한다. 

 79년 12·12와 80년 5·18을 전후로 발생한 헌정질서 파괴 범죄행위에 대한 평가는 9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서 확인됐다. 이번 겨울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과 법률의 요건, 즉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대통령은 계엄법에 따라 계엄 선포 시 계엄사령관을 공포해야 했고,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通告)해야 했으며,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에 대해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해야 했다. 어느 것 하나 지켜지지 않았다. 

 또 법에 따라 계엄 시행 중 국회의원은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아야 하지만, 국민은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와 구금 시도를 TV를 통해서 생생하게 지켜봤다. 계엄사령관의 포고령은 어떤가. ‘처단한다’는 위협적인 말은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예측할 수 없고, 무엇보다 정당을 무력화해서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헌법기관인 국회를 배제하려고 했다.  

위헌적 의원 체포 시도 TV로 지켜봐

 형법은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규정한다(91조). 또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행위를 내란죄로 규정한다(87조). 대법원은 확립된 해석을 통해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은 그 기관을 제도적으로 영구히 폐지하는 경우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고 사실상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을 포함한다고 했다. 


 이어 내란죄의 요건인 폭동의 내용을 일체의 유형력의 행사나 외포심을 생기게 하는 해악의 고지(가장 넓은 의미의 폭행·협박)로 보면서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면 족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번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계엄령 포고, 군과 경찰을 동원한 국회 봉쇄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형법상 내란죄가 성립한다고 봐야 한다.  

 그렇기에 일종의 쿠데타(coup d’État)라는 점에서 2024년 서울의 겨울과 79~80년 서울의 봄은 유사하다. 그러나 시간적 간격만큼이나 이들 사이의 차이 또한 뚜렷하다. 첫째 79년 10월의 비상계엄은 박정희 대통령의 사망으로 그다음 날 선포되어서 그 자체는 위법이 아니었다. 이후 5·18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비상계엄의 확대가 내란죄의 폭동에 해당한다. 그러나 2024년 서울의 겨울은 비상계엄 그 자체가 위헌이고 위법하며 형법상 내란죄라는 범죄를 구성한다. 

 둘째, 과거 서울의 봄은 결국 전두환의 집권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2024년 서울의 겨울은 국회의 신속한 계엄 해제 요구와 미적거리기는 했지만 대통령의 계엄 해제 선언으로 일단 종료됐다.  
 계엄 포고령은 모든 언론과 출판을 통제한다고 겁박했지만, 언론과 시민의 신속한 대응과 사회관계망(SNS) 등을 통한 실시간 소식의 공유로 시민과 국회가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아울러 현장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채증해서 역사의 증거로 남길 수 있었다. 

내란죄는 현직 대통령도 소추 대상

 셋째, 과거 서울의 봄이 다수의 군인이 작당하여 병기를 휴대하고 국권에 반항함으로써 정권을 찬탈한 군사반란, 즉 통상의 쿠데타였다면, 2024년 서울의 겨울은 이미 권력을 쥐고 있는 측이 더 큰 권력을 얻거나 정치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불법적 폭력을 사용한 ‘친위 쿠데타’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79~80년 서울의 봄과 2024년 서울의 겨울 모두 반복하지 말아야 할 우리 헌정사의 비극이다. 그렇다면 내란죄를 포함해서 범죄는 어떻게 예방하고 재범을 방지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법은 ‘확실한 처벌’ 뿐이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79~80년 내란과 반란을 신속하게 처벌하지 않았고 심지어 일부 범죄자들이 이를 ‘혁명’이라고 미화했기에 2024년 유사한 역사가 반복된 것은 아닐까.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지만,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는 제외하기에 처벌을 피할 수 없다. 

 과거 서울의 봄은 이후 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무력 진압과 살상으로 이어지고 신군부가 집권하면서 결국 봄을 맞이하지 못했다. 2024년 서울의 겨울은 어떻게 전개될까. 서울의 봄이 진정 봄이 아니었듯이 서울의 겨울은 진정 겨울이 아니기를 빌어본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이육사, ‘절정’중에서) 

김대근 법학박사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