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이브닝드레스 입은 한강, 한국인 최초 '블루카펫' 밟았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검정색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검정색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설가 한강(54)이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는 시상식이 10일(현지시간) 막을 올렸다. 

한강은 이날 오후 4시 스웨덴 스톡홀름의 랜드마크인 콘서트홀(Konserthuset)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했다. 국왕이 입장하자 오케스트라 연주로 모차르트의 행진곡이 울려 퍼졌고, 검정색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한강이 다른 수상자들과 함께 입장해 시상식장 무대 중앙 왼편에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한강은 부문별 시상 순서에 따라 네 번째로 국왕에게 노벨상 메달과 증서(diploma)를 받는다. 시상 순서는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문학상, 경제학상 순이다. 

노벨상 시상식이 콘서트홀에서 열리기 시작한 1926년 이래 한국인이 이곳에 깔린 '블루카펫'을 밟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노벨평화상 시상식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리고 있어 2000년 수상자인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오슬로 시상식에 참석했다. 

한강은 역대 121번째이자 여성으로는 18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다. 아시아인이 노벨문학상을 받는 것은 2012년 중국 소설가 모옌 이후 12년 만이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검정색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검정색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벨문학상 선정 기관인 스웨덴 한림원의 종신위원 스웨덴 소설가 엘렌 맛손은 이날 오후 한강의 작품 세계에 대해 "궁극적으로는 진실을 추구하고 있다"고 평했다.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 문학 부문 시상 연설에서다. 

맛손은 한강의 주요 작품을 관통하는 색상이 '흰색'과 '빨간색'이라고 짚었다. 그는 "흰색은 그녀의 많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눈(雪)으로 화자와 세상 사이 보호막을 긋는 역할을 하지만, 슬픔과 죽음의 색이기도 하다"면서 "빨간색은 삶, 한편으로는 고통과 피를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이어 "그녀의 (작품 속) 목소리가 매혹적일 만큼 부드러울 수는 있으나, 형언할 수 없는 잔혹성과 돌이킬 수 없는 상실감에 대해 말하고 있다"며 "흰색과 빨간색은 한강이 작품 속에서 되짚는 역사적 경험을 상징한다"고 부연했다.  

맛손은 스웨덴 한림원의 종신위원 18명 가운데 한 명으로 올해 수상자 선정에 참여했다. 노벨상 시상식은 관례에 따라 각 분야 선정기관 대표가 공식 시상 연설을 통해 그해 수상자를 무대 위로 호명한다.

한림원은 지난 10월 수상자 발표 당시에는 한강의 작품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그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간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지니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는 수상 사유를 밝혔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