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가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2024년 노벨상 시상식에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강 작가와 비슷한 시기에 등단해 함께 한국 문학의 토양을 일궈온 조경란 작가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글을 보내왔다.
젊은 작가였던 나는 책에서나 봤던 선생님들과 함께 행사를 치른다는 들뜸 속에 틈틈이 그분들의 사진을 찍곤 하였다. 지금 기억으로 시인 정 선생님, 소설가 임 선생님, 그리고 한강 씨가 호텔 로비에 서 있던 아침, 얼른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었다. 문학청년 때부터 나에겐 별과 같은 작가들이어서 눈앞의 장면을 남겨두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어느 날 한강 씨에게 단정한 메일이 왔다. 그 사진을 보내주면 좋겠다고. 슬며시 웃음이 났다. 한강 씨도 존경하던 작가들과 찍은 사진을 나처럼 간직하고 싶은 거라고 이해해서. ‘한국 문학’에 대한 한강 씨의 존경의 마음을, 나는 거기서 본 것 같았다.
행사장에 한강 씨 목소리가 고요하게, 파동 하듯 멀리 퍼져가는 것을 나는 듣고 보았다. 그러면서 순간 깨달았다. 지금 한강이라는 한국 작가의 문학적 울림에 포럼장에 모인 많은 청중이 귀 기울이고 숨죽여 듣고 있다는 사실을. 외국에서 경험한 문학 행사 중에서 한국 작가의 어떤 소리에 그토록 집중하고 관심을 보이는 세계인들을 지켜보기는 처음이었고, 그래서인가 노벨 문학상 발표 소식을 듣자마자 그 순간부터 생각났다. 그 배음(背音)처럼 들리던 우리의 언어, 그때부터 한강은 이미 세계적인 작가가 될 준비가 돼 있었을지 모른다.
노벨 문학상 시상식을 앞둔 기자 간담회에서 나도 다른 많은 사람처럼 그의 ‘목소리’를 기다렸다. 이 시대 계엄이 벌어진, 한강 소설의 고통스러운 한 부분이 재현된 것 같은 믿지 못할 날들 속에서. 세계 언론이 주목하는 가운데 한강 작가가 맨손으로 무력을 막아서던 시민들의 행동에서 희망을 보았으며 강압으로 언론을 막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할 때 가슴에서 뜨거운 감정이 북받쳐 올라왔다. 2017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한강 씨가 발표한 단편소설 ‘작별’을 읽었을 때처럼.
소멸하는 존재를 그려낸 그 아름답고 슬픈 단편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얼마나 사랑해야 우리가 인간인 건지”. 인간이기에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이 혼란의 날들 속에서 얼마나 사랑해야 하는지, 얼마나 사람이 인간적이어야만 하는지. 그의 지극한 문학이 그렇게 말하는 듯하다.
세계 문학의 궤도 안으로 한강 작가가 한국 문학 최초로 큰 박수를 받으며 당당히 입장한 이 결정적인 순간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이것이 마침내 시작한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향한 본격적이고 마땅한 언명(言明)처럼 느껴져서. 또한 한강이라는 아시아 여성작가가 처음 열어젖힌 이 좁은 문으로 그리 멀지 않은 날에 한국 문학이 다시 연이어 호명되기를 기대하게도 된다. 꿈 같았던 일이 이제 가능해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동료 작가로서 독자로서 노벨 문학상 수상을 거듭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