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참모 대부분과 소식 끊겨"…朴탄핵 정국 닮아간다, 장면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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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 기자 사진 허진 기자
2016년 12월 9일 당시 정세균 국회의장이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통령(박근혜)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6년 12월 9일 당시 정세균 국회의장이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통령(박근혜)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8년 만의 데자뷔일까. 여권엔 악몽과 같았던 2016년 탄핵정국이 되풀이될 조짐에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긴장하고 있다.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는 10일 “비상계엄 사태 뒤 흘러가는 모습이 점점 2016년과 비슷해진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때도 12월 아니었느냐”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은 2016년 12월 9일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처음 진행된 7일 국민의힘은 ‘반대 당론’을 유지하며 가까스로 탄핵안 통과를 저지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탄핵안이 통과될 때까지 매주 토요일 탄핵안 표결을 밀어붙이겠다는 방침을 정했고, 14일 두 번째 표결을 앞두고 있다.

①탄핵 반대→자율 투표?

 
2016년 탄핵정국 당시 정진석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지도부는 단일대오를 강조했다. 국정농단 사건이 전방위로 확산하며 야권의 탄핵 시나리오가 구체화되던 때였지만 ‘4월 퇴진-6월 대선’으로 당론을 정했고, 박 전 대통령을 만나 설득한 끝에 수용 의사도 받아냈다.

 
하지만 촛불집회 참석 인원이 대규모로 불어나고 여론이 날로 악화하자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 “탄핵해야 한다”는 여권 내 목소리가 확산했다. 결국 탄핵안 표결 당일 새누리당 의원들은 ‘탄핵 반대’가 아닌 ‘자율 투표’를 당론으로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이때 60여명이 탄핵에 찬성하며 박 전 대통령은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헌정사상 두 번째 대통령이 됐다.


 
이번에도 몇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국민의힘은 1차 표결까지는 표결시 집단 퇴장 및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그럼에도 안철수·김예지 의원은 찬성표를 던졌고, 김상욱 의원은 표결에 참여해 반대표를 행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상욱 의원은 10일 “차회(次回) 탄핵 표결에 찬성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고, 배현진 의원도 표결 참여를 공식화했다. 당에선 “이런 추세면 탄핵안이 통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②여권 분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차 탄핵안이 부결된 뒤 탄핵 대신 ‘직무 배제’ 카드를 꺼내 들며 ‘질서 있는 퇴진’을 강조했다. 하지만 비한계에선 “니가 어떻게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직무 배제할 권한이 있나”(홍준표 대구시장)는 거친 반발이 나왔고, 윤 대통령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직안을 재가하며 논란을 키웠다.

 

1차 표결 뒤 비상계엄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추경호 전 원내대표의 재신임 문제를 놓고도 사퇴를 만류하는 비한계와 사퇴 필요성을 강조하는 일부 친한계가 충돌했다. 12일 새 원내대표 선출을 놓고도 친윤계는 권성동 전 원내대표를 추대할 생각이지만 한동훈 대표와 친한계는 “(권성동 원내대표는) 부적절하다”며 계파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8년 전에도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친박계와 비박계가 거칠게 충돌했다. 이후 당시 여권은 분당 절차를 밟았고 이듬해인 2017년 보수 진영은 자유한국당(홍준표)과 바른정당(유승민)으로 분열된 채 5월 대선을 치렀다. 여권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가는 어떤 식으로든 치를 내년 대선 때 여권이 한 덩어리로 유지된다고 보장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한덕수(왼쪽)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국정 수습 방안을 담은 공동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왼쪽)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국정 수습 방안을 담은 공동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③소통 안 되는 대통령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탄핵정국에서 의원들과 소통이 잘 되지 않아 당시 여권이 어려움을 겪었다. 윤 대통령도 닮은꼴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심야 비상계엄 선포, 4일 새벽 비상계엄 해제, 7일 오전 “우리 당에 일임” 대국민 담화 외에 일절 공개 일정을 삼가고 주로 서울 한남동 관저에 머물며 두문불출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과 참모진은 소통을 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진석 비서실장과 김주현 민정수석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참모와 소식이 끊긴 상황이라고 여권 관계자는 전했다.

 
윤 대통령은 4일 대통령실에서 한 대표와 추경호 전 원내대표, 주호영·권영세·김기현·나경원 의원 등 여당 중진을 만났고 6일 관저에서 한 대표를 만났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하곤 다른 인사와 소통했다는 소식이 끊기며 “윤 대통령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느냐”는 의구심만 증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