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보고했다. 12·3 계엄 사태 이후 5번째, 현 정부 들어서는 28번째 탄핵소추안이다. 민주당은 12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을 제외한 국무위원 탄핵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되기 때문에 야권 단독 처리가 가능하다.
민주당은 이날 탄핵안을 보고한 박 장관 외에도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에 대한 탄핵안도 준비 중이다. 한 총리에 대해선 “탄핵소추안을 이미 작성하는 단계”라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황정아 대변인은 “명분은 차고 넘치기 때문에 탄핵할 수 있는데 시기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 탄핵은 “계엄을 옹호하고 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한다”는 이유다.
이날 한 총리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첫 국무회의를 열고 “국정이 엄중한 상황”이라며 “국가 기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국정에 한 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주요 국무위원들이 탄핵 대상에 오르면서 국정 마비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성가족부 장관은 공석인 가운데 국방부 및 행안부 장관이 물러난 데 이어 박성재 법무부장관도 직무가 정지되면 국무위원은 15명으로 줄어든다. 의사 정족수(11명)와 의결 정족수(8명)를 맞출 수는 있지만, 주요 국무위원들이 빠지면서 주요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국무회의에는 국방부·행안부·여가부 차관이 대리 출석했지만, 차관은 국무위원이 아니기 때문에 의결권은 제한된다.
여권은 반발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그동안 장관, 방통위원장,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등 탄핵으로 국정을 무력화하더니, 이제는 무차별 고발과 특검, 탄핵으로 국정을 마비시키고 겁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에서도 여론을 감안해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총리까지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과하다. 한 총리를 탄핵하고, 최상목 부총리가 삐딱하면 또 탄핵할 거냐”며 “민주당이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인상 줄 필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탄핵 절차에 들어가면 국민들이 반으로 갈라질텐데, 싸우도록 하지 않는 게 정치인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당에서 ‘국회를 무력화시키려고 했기 때문에 내란이다’라고 하는데 이렇게 정부를 마비시키는 것도 비슷한 비판이 나올 수 있다”며 “윤 대통령 문제와는 별도로 국민을 위해서 국가가 정상화되도록 노력해야 되는 거고 여당과도 먼저 나서서 협력해야 된다. 필요하다면 거국내각이라도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