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북한 정권이 한국을 비판하기 급급해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지도자의 독단적인 계엄 결정을 막아낸 민주주의의 작동기제를 북한 주민들에게 알린 셈이라 자기모순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 가결, 뒤이은 탄핵 정국을 상세히 보도했다. 특히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은 이날 대외 소식을 다루는 6면의 80% 이상을 할애해 21장의 탄핵요구 집회 사진과 함께 관련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다만 신문은 계엄 당일 국회의원 보좌진과 시민들이 국회로 진입한 계엄군과 대치하거나 저항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은 공개하지 않았다. 공권력에 반발하는 남측 일반 시민들의 모습을 철저한 통제 속에서 생활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주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어 긴급소집된 국회의 본회의에서 비상계엄령 해제 요구결의안이 통과됨으로써 윤 대통령이 긴급 계엄을 선포한 지 불과 6시간 만에 계엄을 해제할 수밖에 없었다는 당시 상황을 상세히 전했다
신문은 "집권 기간 안팎으로 궁지에 빠지고 당장 권력의 자리에서 쫓겨나게 된 윤석열 괴뢰가 수십 년 전 군부독재 정권 시기의 쿠데타를 방불케 하는 미친 짓"을 한 것은 "야당을 비롯한 각 계층의 강렬한 규탄을 불러일으켰으며 민심의 탄핵 열기를 더욱 폭발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를 '사회적 동란'이라고도 규정했다.
또 신문은 서울을 비롯해 인천, 대구 등 다른 지역에서도 윤 대통령 퇴진 집회가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도 부각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는 괴뢰한국에서 벌어진 비상계엄 사태, 탄핵소동에 대해 한국사회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윤석열의 갑작스런 계엄령 선포는 절망감의 표현이다, 윤석열의 정치적 생명이 조기에 끝날 수 있다고 예평하면서 엄정히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12·3 계엄 사태 이후 5일부터 남측 관련 보도를 일절 내놓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그 사이 북한이 남한 정세를 파악하며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북한 주민들이 동경하는 한국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실하게 심어주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나아가 자신들이 취한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설정과 일련의 단절 조치가 올바른 결정이었음을 더 부각하는데 이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