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현직 수장인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11일 새벽 내란 혐의로 긴급 체포하면서 14만 경찰 조직이 혼돈에 휩싸였다. 경찰 수뇌부가 동시에 체포된 건 조직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내부에선 지휘부 동시 공백에 따라 경찰이 맡고 있던 주요 민생 사건 수사는 올스톱되고 서울에서 벌어지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시위 질서유지 업무도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尹정부 들어 초고속 승진…“검찰 체포 전 선제 조치” 해석도
이날 예상치 못한 소식에 경찰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경찰 내부망 ‘현장활력소’와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이번 계엄 사태에 경찰 지휘부가 연루된 것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낸 글이 다수 올라왔다. 서울의 한 경찰서 소속 A 경정은 “긴급 체포는 그만큼 사안을 엄중하게 보는 것인데 경찰 대상 수사 강도와 범위를 가늠하기 어렵다”며 “구속 전 긴급 체포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청 소속 총경은 “두 청장이 윤석열 정부 들어 초고속 승진을 거듭할 때만 해도 이런 결말은 조직 내 누구도 상상 못 했다”고 말했다.
조 경찰청장은 경북 청송 출신으로 경찰대(6기) 졸업 후 서울서초경찰서장(2015년·총경), 대구경찰청 제1부장(2019년·경무관)을 지냈다. 낸 뒤 윤석열 정부 직후 2022년 6월 치안감으로 승진해 경찰청 공공안녕정보국장으로 일하다 6개월 만에 경찰청 차장(치안정감)으로 승진했다. 이어 올해 1월 경찰 내 2인자 서울경찰청장이 된 뒤 다시 7개월 뒤 경찰청장(치안총감)에 올랐다.
대구 출신 김봉식 서울청장도 경찰대(5기)로 2013년 총경 승진 후 대구경찰청 수사과장, 형사과장, 경북청 형사과장이 된 뒤 2021년 경무관 승진 후 대구청 광역수사대장,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지냈다. 윤 정부 이후 지난해 9월 치안감으로 승진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장이 된 뒤 올해 6월 치안정감으로 승진해 경기남부경찰청장이 됐고 두 달만인 8월 서울경찰청장에 임명됐다.
검찰이 조지호 청장과 김봉식 서울청장을 내란 혐의로 입건하며 수사에 착수한 상황에서 경찰 스스로 조직 보호를 위해 선제 조치에 나선 것이란 해석들도 나온다. 블라인드에 한 경찰은 “검찰이 긴급체포하는 것보다 우리가 하는 게 그림이 나으니 급하게 한 것 같다”고 적었고, 또 다른 경찰관은 “검찰에서 체포됐으면 다 털렸을 텐데 오히려 감싸기 수사 아니냐”고 주장했다.
치안 공백 우려도 크다. 12월 초 치안감·치안정감을 시작으로 내년 1월 예정된 총경 인사는 모두 브레이크가 걸렸다. 대규모 집회가 이어지는데 지휘부와 경비 라인 간부가 수사 대상이라는 점도 혼란을 더하는 요소다. 이미 피의자 신분인 목현태 국회경비대장 외에 김준영 경기남부청장, 서울·경기남부청 경비 라인, 일선 경찰서장까지 수사 선상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서울청 소속 한 경위는 “대행 체제로 간다 해도 매일 열리는 집회에 주요 수사까지 사실상 경찰 주요 업무 마비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경찰청은 즉각 차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경찰청은 이호영 경찰청 차장이, 서울경찰청장은 최현석 생활안전차장이 각각 직무 대리한다.
경찰청은 이날 “현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선 특별수사단을 중심으로 한 치의 의혹도 남기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