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특수단)은 11일 오전 11시 36분 용산 대통령실을 비롯해 경찰청과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압수수색 투입 인력은 총 60여 명이다. 이날 오전 11시45분쯤 대통령실 입구 민원실에 도착한 경찰 수사관 18명은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대통령 경호처와 3시간 동안 출입 절차, 압수수색 방식 등을 논의하기 위해 기다렸지만 대통령실이 끝내 거부함에 따라 2시 30분쯤 철수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너무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영장 집행 협의 좀 하자”고 항의하기도 했다.
형사소송법 110조, 111조는 군사상 비밀 및 공무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에 대해선 책임자의 승낙 없이 압수수색을 진행할 수 없도록 한다. 해당 책임자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압수수색 승낙을 거부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시설 책임자인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해당 조항을 근거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임의제출 방식으로 자료를 확보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경찰은 앞서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에서 내란 혐의 피의자로 윤석열 대통령을 적시했다. 압수수색 대상은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국무회의실, 경호처 등이다. 윤 대통령은 관저에 머무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 대통령 관저는 포함되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 3일 계엄 발령 뒤 국무회의 당시 참석한 위원들에 대한 출입기록 등을 확보하기 위해서 디지털 포렌식 등 장비도 동원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무회의록과 국무위원 배치도 등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압수수색에 착수하자 대통령실 앞에선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이 차단봉을 들고 인근 통제에 나섰다. 직원들은 대통령실 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의 공무원증·출입증을 일일이 확인했다. 이날 대통령실 주요 출입로 세 곳 및 인근 도로변엔 경호 인력이 평소보다 강화됐다. 경호인력은 1~6명씩 짝을 이뤄 배치됐고, 바리케이드를 겹쳐 설치해 주변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날 경찰은 또 서대문구 경찰청, 종로구 서울경찰청, 영등포구 국회경비대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엔 경찰청장·서울경찰청장의 집무실, 경찰청 경비국장, 서울청 경비부장 사무실 등이 포함됐다. 경찰이 사전에 계엄 발령 사실을 인지하고 준비를 했었는지, 계엄 당일 국회 출입을 어떤 과정을 거쳐 통제했는지 등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수사는 여당으로도 향하고 있다. 특수단은 전날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출석 요구서를 발송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비상계엄 해제 결의요구안 표결 당시 여당 의원들을 당사로 집결시켜 계엄 해제를 방해했다는 의혹(내란죄)으로 고발됐다. 비상계엄 사태 당시 추 원내대표와 윤 대통령의 통화 여부 등이 주요 쟁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