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춘·외계인·세일러 문희까지…나문희 AI 배우 데뷔 "날개 달았죠"

배우 나문희를 주인공으로 공모한 생성형 AI 단편영화를 옴니버스로 묶은 '나야, 문희'가 오는 24일 개봉한다. 사진은 젊은 시절 나문희(사진) 현재의 나문희를 한 화면에 담은 원경혜 감독의 수록 단편 '지금의 나, 문희' 장면이다. 사진 엠씨에이, 콘텐츠파크 엔터테인먼트, CGV ICECON

배우 나문희를 주인공으로 공모한 생성형 AI 단편영화를 옴니버스로 묶은 '나야, 문희'가 오는 24일 개봉한다. 사진은 젊은 시절 나문희(사진) 현재의 나문희를 한 화면에 담은 원경혜 감독의 수록 단편 '지금의 나, 문희' 장면이다. 사진 엠씨에이, 콘텐츠파크 엔터테인먼트, CGV ICECON

 
“난 날개를 달아서 좋았어요. 가만히 죽을 날만 기다리는 것보다 이렇게 사는 날까지 활동하고 움직이는 거 정말 좋습니다.”
배우 나문희(83)가 AI(인공지능) 배우로 데뷔했다. 11일 서울 용산 CGV에서 공개된 AI 단편영화 옴니버스 ‘나야, 문희’(24일 개봉)를 통해서다.  

세일러문·산타할머니·공군 파일럿 '나야, 문희'

그가 직접 연기하는 대신 신인감독 5명이 각각 그를 모델로 만든 생성형 AI 캐릭터를 이용해 2~5분 남짓의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나문희의 유명 인터넷 밈(meme) 대사를 활용해 “호박 고구마인지, 고구마 호박인지 그게 중요한가?”라고 되묻는 암흑가 보스부터, 세일러문, 산타 할머니, 외계 생명체, 15년 젊어진 나문희 등 다채롭게 변신했다. “톰 크루즈도 환갑에 전투기 타는데 나라고 못할 거 없다”며 공군 파일럿이 된 나문희도 나온다.  

'나야, 문희가'는 총 17분 28초 길이로, 나문희가 AI 단편 영화 감독 5명의 페르소나가 되어, 시간, 공간, 장르, 캐릭터의 경계가 무너진 AI 세계관에 도전한다. 사진은 유지천 감독의 수록 단편 '나문희 유니버스'. 사진 엠씨에이, 콘텐츠파크 엔터테인먼트, CGV ICECON

'나야, 문희가'는 총 17분 28초 길이로, 나문희가 AI 단편 영화 감독 5명의 페르소나가 되어, 시간, 공간, 장르, 캐릭터의 경계가 무너진 AI 세계관에 도전한다. 사진은 유지천 감독의 수록 단편 '나문희 유니버스'. 사진 엠씨에이, 콘텐츠파크 엔터테인먼트, CGV ICECON

지난 9월 개최한 공모전(총상금 1000만원)을 통해 10월 초까지 응모작 47편 중 5편을 선정했다. CIA(미 중앙정보국) 요원이 멕시코 갱 범죄에 연루된 나문희의 정체를 밝혀가는 ‘두 유 리얼리 노우 허(DO YOU REALLY KNOW HER)’(감독 정은욱, 대상), 젊은 시절과 현재 나문희를 한 화면에 담은 ‘지금의 나, 문희’(감독 원경혜, 최우수상), 나문희가 성탄절 날 노인들에게 동심을 되찾아주는 ‘산타 문희’(감독 이정찬, 특별상) 등이다. 
‘쿠키게임’(감독 박원표, 우수상)은 AI 배우 등장 탓에 출연작에서 해고됐다가 6년 만에 복귀한 나문희를, ‘나문희 유니버스’(감독 유지철, 특별상)는 신기술로 15년 젊어진 뒤 새로운 도전에 나선 나문희의 인터뷰 장면을 구현했다.  

기술 아쉽지만 한계 던진 상상 다채로워

'나야, 문희' 중 이정찬 감독의 수록 단편 '산타 문희'는 노인들에게 잃어버린 동심을 되찾아주는 산타 할머니 나문희를 그렸다. 사진 엠씨에이, 콘텐츠파크 엔터테인먼트, CGV ICECON

'나야, 문희' 중 이정찬 감독의 수록 단편 '산타 문희'는 노인들에게 잃어버린 동심을 되찾아주는 산타 할머니 나문희를 그렸다. 사진 엠씨에이, 콘텐츠파크 엔터테인먼트, CGV ICECON

기술의 한계 탓에 5편의 총 상영시간이 17분 28초로 짧은 데다, 대형 스크린에서 일부 이미지가 뭉개지거나, 표정이 부자연스럽기도 하다. 특히 성우로 출발한 나문희 특유의 목소리는 AI가 원본을 못 따라간다. 그럼에도 신체의 제약, 아내‧어머니 역을 벗어난 나문희의 새로운 활약상이 돋보인다.  
이날 상영 후 나문희는 “처음엔 소리가 (영화에 제대로) 안 나와서 당황했다. 내가 소리에 대한 에너지가 좀 있구나 생각했다”면서도 “아이디어들이 너무 좋았다. 내가 가보지 않은 세상에 있으니 행복했다. 이제 내 몸이 그렇게 자유롭지는 않다”고 말했다. "내가 오페라 주인공이 된 AI 영화도 나왔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불법 복제 등 배우 초상권 우려…"본인 동의 철저, 장편도 꿈꿔" 

'나야, 문희' 중 대상을 받은 정은욱 감독의 'DO YOU REALLY KNOW HER'은 생성형 AI로 제작한 판타지 호러 영화 ‘원 모어 펌킨’으로 지난 2월 제1회 두바이 국제 AI 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한 권한슬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다. 사진 엠씨에이, 콘텐츠파크 엔터테인먼트, CGV ICECON

'나야, 문희' 중 대상을 받은 정은욱 감독의 'DO YOU REALLY KNOW HER'은 생성형 AI로 제작한 판타지 호러 영화 ‘원 모어 펌킨’으로 지난 2월 제1회 두바이 국제 AI 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한 권한슬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다. 사진 엠씨에이, 콘텐츠파크 엔터테인먼트, CGV ICECON

생성형 AI 기술을 통한 딥 페이크 범죄 등 초상권 침해 우려가 커진 국내에선 그간 유명 배우가 AI 영화에 나선 사례가 드물었다. 영화 ‘원더랜드’에서 배우 공유의 목소리가 AI 복제를 통해 일부분 구현되고, 배우 장혁이 올해 베니스 국제영화제 이머시브 부문 초청작 ‘아파트: 리플리의 세계’에서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캐릭터와 함께 출연한 정도다. 할리우드에선 배우들의 외모‧목소리와 연기 방식까지 수정‧복제하는 AI 디지털 기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에선 나문희가 AI 영화에 대한 논의의 신호탄을 던진 셈이다. 그는 “성우 생활을 오래 하다가 배우를 했기 때문에 마음에 와 닿지 않는 배역도 비슷한 인물을 현실에서 찾아가며 연기했다. 이미지에 대한 우려는 적은 편”이라면서 “이런 나문희도 있다는 걸 드러내고자 했다. 크게 생각은 안 하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나야, 문희가' 중 박원표 감독의 '쿠키게임'은 인간 배우와 AI 디지털 배우를 등장시켜, 인간적 감정의 의미에 대해 묻는다. 사진 엠씨에이, 콘텐츠파크 엔터테인먼트, CGV ICECON

'나야, 문희가' 중 박원표 감독의 '쿠키게임'은 인간 배우와 AI 디지털 배우를 등장시켜, 인간적 감정의 의미에 대해 묻는다. 사진 엠씨에이, 콘텐츠파크 엔터테인먼트, CGV ICECON

사극 영화 ‘안시성’(2018) 제작자로, ‘나야, 문희’ 프로젝트를 주관한 박재수 엠씨에이 대표는 “배우들이 디지털 분신을 통해 많은 활동을 하게 하려는 취지로 회사를 만들었다”면서 “합법적인 영역에서 배우들과 협업하고 제작하면 불법 콘텐트가 정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우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세상에 내놓겠다”면서 “AI 장편영화 제작도 꿈꾼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