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초여름부터 시국을 걱정하며 불쑥 계엄 이야기를 꺼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여인형 방첩사령관은 지난 10일 특수본 소환 조사에서 ‘비상계엄의 사전 징조를 인지하고 있었냐’는 질문에 “초여름쯤 저녁 식사 자리에서 시국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다 대통령께서 계엄에 대한 말씀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11일 파악됐다. 여 사령관의 이같은 진술 등을 바탕으로 비상계엄 직후 계엄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청사에 무장 진입한 의도와 배경 등을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윤 대통령이 계엄 의도를 처음으로 밝힌 식사 자리엔 당시 김용현 경호처장과 여 사령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만찬 참석자 3인은 모두 충암고 선후배다. 여 사령관은 식사 자리에서 갑작스럽게 대통령이 계엄 이야기를 꺼내자 “그런 이야기를 하시면 안 됩니다”라고 자신은 만류했다고도 검찰에 진술했다.
여 사령관은 “당시 식사자리까지만 해도 ‘설마 계엄을 정말 하시겠나’하는 정도로만 생각했다”며 “그때는 대통령께서 구체적인 계엄 계획을 갖고 이야기하신 것은 아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러시면 안 된다’고만 답했다”는 것이다.
다만 여 사령관은 계엄 선포 이후의 계획 등 윤 대통령에게 상세한 지시를 받거나 사전 논의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계엄 모의에 참여한 적이 없다는 취지다. 여 사령관은 특수본 조사에서도 “정말로 계엄을 선포할지는 몰랐다. 당일 윤 대통령의 담화 발표를 보고 정말 계엄이 선포됐구나 하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취지로 말했다.
여 사령관은 계엄 당일 방첩사 병력을 선관위와 국회에 출동시키고, 의원 체포 구금을 지시했다는 의혹으로 내란·직권남용 혐의를 받고 있다. 정성우 방첩사 1처장은 지난 10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여 사령관이 제게 ‘중앙선관위 서버를 복사하고 통째로 들고 나오라’고 구두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은 “정치인 체포와 관련된 지시와 B1 벙커 안에 구금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지 확인하라는 지시는 여인형 사령관이 했다”고 말했다.
여 사령관은 선관위 출동 지시와 국회의원 구금 지시에 대해선 계엄령 선포 이후 김용현 전 장관의 지시를 받고 이를 이행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9일 입장문에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너무도 죄송하다”며 “방첩사는 기무사 해체 트라우마로 부대원 모두가 계엄령에 매우 민감하다. 만약 사령관이 미리 알고 준비했다면, 시작도 하기 전에 모두 노출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대 출동은 새벽 1시가 넘어서였다. 국회나 선관위 근처까지 가다가 복귀했다. 방첩사가 계엄령을 사전에 알지 못하였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