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북한 전문가 마이클 매든은 10일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보낸 기고문에서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는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붕괴와 결합해 북한에 이중의(dual) 지정학적 도전을 제기했다"고 분석했다. 기고문은 "이러한 도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우선시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짚었다.
매든은 비상계엄 사태와 시리아 내전 종식이 북한 입장에선 '이중의 충격'이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북한은 시리아 정권의 붕괴를 예상하고 비상대응 계획을 세워뒀을 수 있지만, 그 속도까지는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완전히 예상 밖이었을 것(entirely unanticipated)"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동안 북한이 침묵했단 점에 주목했다.
실제로 노동신문은 지난달 중순부터 윤 대통령 비난 집회 소식 등을 매일 보도하다가 계엄 직후인 4일 윤 대통령 비난 성명과 집회 소식을 전한 이후엔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7일이 지난 11일에야 비난 공세를 재개했다.
11일 조선중앙통신은 “심각한 통치 위기, 탄핵 위기에 처한 윤석열 괴뢰가 불의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파쇼 독재의 총칼을 국민에게 서슴없이 내대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 온 괴뢰 한국 땅을 아비규환으로 만들어 놓았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북한 주민들이 볼 수 있는 노동신문에도 실렸다.
매든은 "김정은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후) 군사적 행동을 통해 역내 상황을 악화하거나, 노동신문 등을 활용한 선전 활동을 벌일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계엄 자체가 예측 범위를 완전히 벗어난 이례적 상황이었기에 북한이 조심스럽게 반응했다는 것이다. 또한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담화문에서 '북한 공산 세력', '반국가세력' 등을 언급했다"면서 "이로 인해 평양은 경계심을 가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매든은 북한이 한국의 계엄 관련 대책을 마련했을 때, 지난 8일(현지시간) 시리아에서 반군이 승리하고 아사드 정권이 무너지면서 새로운 불확실성이 더해졌다고 평했다. 그는 "가까운 동맹국이자 몇 안 되는 세습 독재정권(시리아)이 붕괴하고 한국에서는 정치적 전환의 싹이 트면서 김정은 정권은 매우 특별한 의사결정 환경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은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를 설득해 기술 교류나 방위산업 협력을 가속함으로써 무기체계의 혁신과 확대를 시도할 수 있다"며 "또 연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의제의 초점을 국가 안보로 집중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