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VMH 아르노 회장 “비판 인사 사찰 요청” 의혹…재판서 혐의부인

세계 최대 명품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를 이끄는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자신을 비판하는 진보 성향 인사에 대한 사찰을 전 프랑스 국내보안국(DGSI) 국장에게 부탁했다는 의혹으로 언론인 겸 영화감독 출신인 하원 의원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영화감독과 첩보원, 프랑스의 최고 부자가 파리 법원에서 만나다’라는 제목의 기사로 이들의 충돌을 조명했다.

LVMH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블룸버그

LVMH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블룸버그

 
프랑스 수사당국은 2008~2012년 DGSI 국장을 지내고 퇴임 후 사설 보안 업체를 운영하던 베르나르 스콰치니가 아르노의 부탁으로 자신의 경찰 및 정보기관 내 인맥을 동원해 LVMH에 비판적인 언론사를 운영하던 프랑수아 뤼팽 의원에 대한 개인 정보를 빼낸 것으로 보고 있다. 스콰치니는 이 언론사 내부에 첩보원을 심는 계획도 세웠다고 한다. LVMH에 비판적인 인사들에 대한 사찰은 2013~2016년 진행됐다고 NYT가 전했다. 스콰치니는 이외에도 기밀 정보 유출, 사법 방해, 영향력 남용 등 총 11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아르노와 스콰치니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아르노는 2021년 재판부에 1000만 유로(147억원 상당)를 지불하는 대가로 자신에 대한 수사를 종결시키는 합의를 맺고 기소를 피했다. 그러나 아르노는 뤼팽 측의 요청으로 지난달 28일 파리 형사법원에서 열린 스콰치니의 재판에서 세 시간 가까이 진행된 증인 신문을 받아야 했다.

언론인 겸 영화감독 출신인 정당 ‘피카르디여 일어나라!’ 소속 프랑수아 뤼팽 의원. AFP=연합뉴스

언론인 겸 영화감독 출신인 정당 ‘피카르디여 일어나라!’ 소속 프랑수아 뤼팽 의원. AFP=연합뉴스

 
이날 아르노는 “(혐의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이어갔다. 그는 오히려 “정치적으로 부상하고 싶을 때, 잘 알려진 적을 찾아 그에게 매달려 진보하라”는 ‘트로츠키주의’(반(反)관료주의)를 거론하면서 뤼팽 측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뤼팽이 성공적인 정계 입문을 위해 유명한 자신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뤼팽은 2015년 LVMH를 비판한 다큐멘터리 영화 ‘감사합니다 사장님!(Merci Patron!)’을 제작했다. 외국에 아웃소싱(외주)하는 관행과 공장 폐쇄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LVMH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의 실태를 고발하는 내용의 영화는 2017년 프랑스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세자르상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같은 해 뤼팽은 하원 의원으로 선출됐다.

지난 2015년 상영된 다큐멘터리 영화 ‘감사합니다 사장님!(Merci Patron!)’ 포스터. 사진 위키피디아 캡처

지난 2015년 상영된 다큐멘터리 영화 ‘감사합니다 사장님!(Merci Patron!)’ 포스터. 사진 위키피디아 캡처

 
이날 재판에선 아르노의 반발에도 LVMH의 사찰 개입을 입증하는 증거들이 제시됐다. 2013년 스콰치니와 뤼팽의 언론사에 '침투'하는 계획을 논의하는 피에르 고데 전 LVMH 부회장(2018년 별세)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스콰치니가 심은 첩보원이 뤼팽의 언론사와 자택을 배회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프랑스 검찰은 고데가 2008년 아르노의 부적절한 사진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 협박범 사건 때도 스콰치니에 연락해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봤다. 하지만 아르노는 “고데가 독단적으로 벌인 일”이라며 “모르는 일”이라고 극구 부인했다.  

NYT는 재판 내내 반박했던 아르노를 두고 “LVMH 같은 거대 회사가 명성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아르노가 세 시간 가까이 진행된 증인 신문 내내 심기가 불편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