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지난 48시간 동안 시리아 전역에 480회의 전투기 공습을 감행해 시리아의 전략 무기 저장고 대부분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시리아 활동가 단체인 VOC는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에 대해 “지난 15년간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 이뤄진 가장 폭력적인 공격”이라고 말했다.
480회 공습, 지상작전, 해군 궤멸…이軍 '파상공세'
시리아의 무기 창고와 군사 시설, 발사대, 발사 위치를 표적으로 한 지상 작전도 감행했다. 이스라엘 공군은 이를 지원하기 위해 130곳을 공습했다. 이스라엘이 시리아 영토에 지상 작전을 수행한 건 1973년 욤키푸르 전쟁 이후 51년 만이다.
또 시리아 함선 15척이 정박해 있는 라카티아의 해군 시설 2곳을 격파해 수십개의 해상 미사일을 파괴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시리아 해군은 사실상 궤멸됐다”고 전했다.
일부 아랍매체는 이스라엘이 다마스쿠스를 향해 진군 중이라고 전했다. VOC는 IDF가 현재 다마스쿠스에서 약 25㎞ 떨어진 베카셈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베카셈은 시리아·레바논·골란고원 국경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다.
아랍연맹은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위기 상황을 악용하고 있다”고 일제히 비난했다. 이집트는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유동성과 국정 공백 상태를 이용해 시리아 영토를 점령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안보 위한 선제 조치"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다마스쿠스로 진격 중이라는 보도 등은 부인하면서도 IDF가 완충지대를 넘어 시리아 남쪽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그는 IDF의 목표가 시리아 남부에 무기와 테러 인프라가 없는 안전 구역인 ‘무균보안구역’(sterile security area)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무균보안구역이란 이스라엘 정치권에서 쓰이는 용어로, 안보를 위해 설정하는 일종의 안전지대를 뜻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아사드 정권의 붕괴에 대해 “이스라엘이 이란‧하마스‧헤즈볼라를 강타한 게 직접 원인”이라며 “우리가 중동을 바꾸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츠 장관은 다마스쿠스를 장악한 반군 조직을 향해 “누구든 아사드의 발자취를 따른다면 그와 같은 말로를 맞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아사드 전 대통령은 이란의 충실한 동맹으로, 이란이 헤즈볼라에 무기를 공급하는 통로로 시리아 영토 사용을 허가한 바 있다.
시리아 반군, 과도정부 수반에 바시르 임명
가디언은 아랍 국가 대표들이 이미 HTS 관계자와 회동했다며, 조만간 과도 정부를 인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서방 국가들 역시 HTS의 향후 행보에 따라 ‘테러단체’ 목록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시리아 미래 정부가 포괄적이고 투명한 전환과정을 거쳐 탄생한다면 전적으로 인정하고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누가 다마스쿠스의 지휘권을 잡든 시리아 전역을 통제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시리아는 튀르키예가 지원하는 수니파 반군(북서부), 쿠르드족(북동부), 요르단 지원을 받는 반군(남부), 아사드에 대한 충성파 및 알라위 종파가 주도하는 세력(서부) 등이 각각 군대를 보유하고 점령지를 늘려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사실상 분할이 심화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시리아 민간 구조대 ‘하얀헬멧’은 러시아로 망명한 아사드 전 대통령을 압박해 세드나야 교도소 내 비밀감옥의 지도를 내놓게 하라고 유엔에 요구했다. 지난 8일 세드나야에서 6000명이 풀려났는데,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곳의 지하 비밀감옥에 최소 2만 명이 더 갇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최악의 고문을 당한 상태일 가능성이 크며 조속한 구출을 위해 지도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날 세드나야에선 아사드 정권에 항거해온 대표적인 활동가 마젠 알 하마다가 시신으로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