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국회의 제지로 6시간 만인 4일 계엄을 해제했다. 사실상 모든 정치적 권한이 중단된 '식물 대통령' 상태다. 그러나 7일 국회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이 불발되면서 그는 여전히 헌법·법률상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외교권과 군(軍) 통수권의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다.
이를 두고 외신들은 모순된 상황이라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누가 책임자인지 아무도 모른다: 한국 대통령, 집권 유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계엄령 실패 후 윤 대통령은 출국금지 조치를 받았고 내란죄 피의자로 수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그는 여전히 재임 중이기 때문에 분석가들과 외교관들이 당혹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본지가 대통령실에 '한국을 누가 운영하고 있느냐'고 질의하자 대통령실 대변인은 "그 질문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은 없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국제문제 싱크탱크인 '시카고 국제 문제 협의회' 소속 한국 정치 전문가 칼 프리드호프는 FT에 "군 책임자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르고, 대통령실도 누가 국가를 책임지고 있는지 말할 수 없다는 건 '질서 있는 퇴진'과는 정반대"라고 꼬집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FT에 "대통령이 영구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거나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되지 않는 한, 대통령의 권한을 타인에게 공식적으로 이양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는 없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아무도 그의 말을 듣지 않지만 법적으로 그는 여전히 대통령이다"면서 "국가 문제에 대한 최종 결정권자이며 그의 서명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전했다.
LA타임스 "한동훈, 누가 군 통제하는지 안 밝혀"
LA타임스는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후 그의 해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하면서 이 질문은 국가적인 수수께끼가 됐다"며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당 대표나 총리가 대통령 직무를 인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매체는 '당 대표나 총리'에 '둘 다 공개적으로 선출된 공무원이 아니다'라는 설명을 달았다.
매체는 이와 함께 "누가 지금 군을 통제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면서 "당 대표(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기자들에게 윤 대통령이 더는 (군) 지휘관이 아니라고 했지만 그러면 누가 지휘관이 될 것인지는 밝히기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차관)은 지난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적으로 군 통수권이 아직 윤 대통령에게 있다면서도 추가로 계엄 선포가 있을 땐 지시를 따르지 않겠다고 밝혔다.